한일정상회담…尹 "일본과 민주주의 보편 가치 공유"
윤 대통령, 16일 동포 간담회로 1박2일 일정 시작 "안보·경제·글로벌 어젠다에서 함께 협력할 파트너" 日,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해제…韓, WTO 제소 취하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강제 징용 배상 '제3자 변제' 해법 후속 조치와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등 양국 간 산적한 현안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가졌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 해제와 양국 재계는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각각 창설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일본 도쿄국제공항에 도착 후 첫 일정으로 재일 교포들을 만나 오찬을 함께하며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재일 교포 오찬 간담회에서 "지금 한일 양국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에 서 있다"며 "조국에 대한 여러분의 변함없는 애정과 성원은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한 한·일 관계 정상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은 가까운 이웃이자 우리와 민주주의 보편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다. 안보,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함께 협력하는 파트너"라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마주 앉아 이런 취지를 재확인하고 양국의 미래를 위한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정상은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으로 양국 간의 협력 확대 의지를 확인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양국 간 관계 정상화에 첫발을 뗀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셔틀 외교' 복원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아사히·마이니치·닛케이 등 일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앞으로 한일 양국 간 불행한 과거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양국 국민들과 기업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하나씩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일본 측도 이런 우리의 생각에 호응하여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흔들림 없이 계승하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뜻을 표명한 만큼, 이에 걸맞은 행동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국 관계 정상화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3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해제와 우리 정부도 WTO 제소를 취하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이로써 지난 2019년 7월부터 수출이 막혀온 포토레지스트(PR)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불화수소 등 2개 품목에 대한 수입이 재개된다.
양국 경제계도 윤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미래 파트너십 기금' 창설을 발표했다. 한국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이날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선언'을 통해 공동 사업의 일환으로 각각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전경련)과 '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게이단렌)을 창설하기로 했다.
정상회담을 마친 양 정상은 도쿄의 대표 번화가인 긴자(銀座)에서 진행한 '2차 만찬'에서도 양국 관계 정상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2차 만찬 장소는 1895년 창업한 렌가테이로, 일본식 포크커틀릿인 '돈가스'와 오므라이스의 발상지로 알려진 곳이다. 일본 정부는 오므라이스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의 희망을 반영해 렌가테이를 2차 만찬 장소로 택했다.
윤 대통령은 방일 이튿날인 17일 오전에는 아소 전 총리, 스가 전 총리를 비롯해 한일의원연맹 및 한일협력위원회 주요 인사와 접견한다. 또 한일 경제인과 오찬을 겸해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열고 양국 경제 활성화와 기업인 지원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게이오대학에서 한국 유학생과 일본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후 늦은 오후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