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한일정상회담, 강제징용 관련 日 적극 호응 없어 아쉬워"

윤석열·기시다, 도쿄 총리 관저서 약 85분간 정상회담 전문가 "관계 개선 첫발 뗏다는 점은 긍정적"

2024-03-16     김연지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김연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일본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1시간 반가량 정상회담을 갖고 12년 만에 '셔틀 외교' 재개에 합의했다. 관계 개선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다만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도쿄 총리 관저에서 약 85분간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한국과 일본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며 "오늘 회담에서 저와 기시다 총리는 그간 얼어붙은 양국 관계로 인해 양국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어왔다는 데 공감하고, 한일관계를 조속히 회복시켜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간 얼어붙어 있었던 양국 관계 회복의 시작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와 함께,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의 사과가 없었고, 정부가 지난 6일 내놓은 '제3자 변제' 방안에 대한 일본의 호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6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께서 오랜 기간 동안 겪으신 고통과 아픔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며 고령의 피해자 및 유족분들의 아픔과 상처가 조속히 치유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판결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식의 피해 배상안을 발표했다. 박 장관은 한국 정부의 산하기관이 배상을 대신하고 정작 피해를 배상해야 할 일본 전범 기업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물컵에 비유하면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소장은 <매일일보>와 통화에서 "반쪽은 일본에서 채워줄 거라고 하더니, 일본과 어떤 협의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강제징용 해법안의 발표부터 단추가 잘못 꿰졌다고 지적했다. 남 소장은 "일본의 입장을 고스란히 다 받아들였다. 거기서 시작했는데 뭘 얻을 수 있겠나"라고 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도 "강제징용 문제는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고 현안인데 일본의 주장이 거의 100% 통과됐다"며 "박 장관이 강제징용 배상안을 발표하면서 물 반 컵은 일본이 채울 것이라고 했는데 적어도 과거사 정치에서 일본이 채워준 것은 없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양국의 얼어붙어 있던 관계를 개선한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양 교수는 "2011년 이후로 10년 이상 냉각됐던 관계를 빠른 시간 내에 회복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안보, 경제, 지소미아, 수출 규제 문제 등에 대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일괄 타결하는 면도 긍적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