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늙어가는 韓 사회…산업계 재편 초읽기
취업자, 2025년 정점 이후 감소세 전환…‘일손 부족’ 현실화 기초 제조업 쇠퇴 전망…“외국인 쿼터제 등 규제 해소 필요”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계는 ‘일할 사람’이 부족해 사업을 제대로 전개할 수 없는 상황이 속속 연출되고 있다. 전북 지역에서 창호 제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안 그래도 청년이 기피하는 업종이어서 일을 할 직원이 부족한 상황인데, 이제는 그 청년의 수 자체도 줄어, 어떻게 기업을 경영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작년 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2030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비단 기우가 아닌 ‘현실’로서 실현되고 있다.
보고서는 세부 연령대별 경제활동참가율은 지속 상승하지만, 인구 고령화로 15세 이상 전체 경제활동참가율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15세 이상 취업자는 오는 2030년까지 98만명까지 증가하는 반면, 고령화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오는 2025년을 정점으로 감소세 전환을 예측했다.
2030년까지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는 134만4000명이 증가하지만, 증가세 자체가 둔화하고, 15∼64세는 320만2000명 감소한다. 경제의 실질적 ‘허리’를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청년층 비중은 14.7%로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50세 장년층 이상 비중은 55.0%를 차지해 급증한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특히, 제조업과 함께 의복과 섬유, 금속가공, 1차 금속, 인쇄 등의 국가 기간 산업도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종사자가 감소할 전망이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의 ‘인구고령화에 따른 우리나라 산업구조 변화’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에 따라 서비스업이 비중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사업서비스업과 고령화에 따른 보건·복지업의 비중은 대폭 늘어난다. 이와 함께 서비스업 중 금융·보험업, 공공행정업, 사업서비스업 등은 상대적 생산성은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게 논문의 설명이다.
반면, 고령인구 비율 상승과 이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저하로 총부가가치 및 총고용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저기술 제조업 부문이 크게 쇠퇴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섬유·가죽업은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이며, 화학제품업도 쇠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중상이상 기술 수준의 제조업 분야도 국내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부가가치 창출에서 국내수요의 기여 정도가 급감할 전망이다.
의약 산업도 양면(兩面)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고령 인구 증가로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은 업계의 긍정적 요인이지만,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국민건강보험 부담 증가는 의약품 사용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 속 경영계의 애로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올해 정부가 외국인 11만명에 미숙련취업(E-9) 비자를 부여하고 국내에서 단순 노무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조치에 나섰지만, 더욱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6일 윤석열 정부 2년차를 맞아 중소기업 정책과제 중 하나로 ‘외국인 근로자 쿼터제 폐지’를 꼽았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기업 경영 자체가 어려운 현실을 반영했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작년 8월 120건의 ‘신속 규제혁신 과제’ 중 하나로 ‘외국인 고용 특례 확대와 체류기간 연장’을 건의해 고령화로 인한 심각한 인력난이 중소기업계를 포함한 경영계 전반의 어려움임을 방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