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자극'에 드디어 열린 朴대통령 '입'

외유 앞서 '정치논란' 털어내기...언급 없이 떠날 경우 ‘역풍’ 우려
10·30 재보선 새누리당 낙승으로 정국 운영 자신감 얻은 듯

2014-10-31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침묵 모드’를 유지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31일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결단 촉구 성명이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은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며 “박 대통령은 직시해야 한다.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난 대선의 불공정과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이에 따라 민주당 등 야권이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일제히 촉구하고 나섰고 언론에서도 비판이 끊이질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에서의 발언을 통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서유럽 순방에 앞서 정치적 공세를 어느정도 털고 가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또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아무런 언급 없이 순방을 떠날 경우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자신은 이번 의혹과 전혀 무관하지만 의혹의 진실을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는 약속을 하는 동시에 여야는 정쟁을 멈추고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 민생을 살리는데 진력해 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로 요약된다.나아가 모든 선거에서 국가기관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자신이 그동안 밝혀온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며, 자신의 입장을 ‘대독’했다는 얘기가 나온 지난 27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 내용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이런 점에서 국정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공정하고 명확하게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총리에 이어 행정부 수반이자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다시 한번 진실 규명을 약속함으로써 자신을 겨냥한 야당의 정치공세를 어느 정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나아가 박 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깨고 국정원 의혹을 언급한 데는 전날 치러진 10·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낙승하면서 정국 운영에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그동안 야당의 대여 총공세 상황에서 ‘정치는 국회, 청와대는 국정’이라는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재보선 승리로 국정원 의혹에 대해 민심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한만큼 자신있게 정치 현안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우리 국민들도 진실을 벗어난 정치공세에는 현혹되지 않을 정도로 민도가 높다”며 “지금 우리 국민은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고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서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고 책임을 지는 그런 성숙한 법치국가의 모습을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