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마무리…'관계 개선' 성과 외쳤지만, 과거사 후퇴 한계
尹, 17일 1박 2일 일본 순방 마치고 귀국 셔틀 외교·지소미아·수출규제 해제…'굴욕 외교' 비판도
2023-03-17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1박 2일 일본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방일을 통해 '셔틀 외교' 및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복원되고 수출규제가 해제됐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윤 정부의 자칭 '대승적 결단'에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분위기지만 일본이 위안부와 독도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울어진 외교'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의 대일 외교에 대해 야당을 비롯해 대다수 국민이 부정적인 여론을 보이는 만큼 방일 이후 정치적 부담은 숙제가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후 5시 15분쯤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윤덕민 주일대사 부부 등 환송을 받으며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탑승했다. 일본 측에서는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대사와 후나코시 다케히로 아시아대양주국장이 나와 윤 대통령을 환송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16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84분에 걸친 정상회담에서 양국 현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양국 정상은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래'와 '협력 강화'에 한 목소리를 냈다. 양국은 셔틀 외교 재개, 지소미아 정상화, 수출규제 해제 등 그간 꼬였던 양국 관계를 풀기로 하고 전향적인 개선에 합의했다. 특히 12년 동안 중단됐던 '셔틀 외교' 재개에 합의한 것은 눈에 띄는 성과라는 평가다. 기시다 총리는 답방 차원의 방한 일정을 잡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두 정상은 논란이 됐던 지소미아의 완전 정상화에도 합의했다. 북한의 무력 도발로 동북아 군사 긴장이 심화되는 상황인 만큼 한일 간 안보 협력을 약속했다. 경제 부문에서도 수출규제 갈등 봉합부터 경제안보협의체 발족 등 양국 간 소통 창구 확대에 이르는 협의안을 도출했다. 일본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를 해제하기로 했고, 한국 정부도 이와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수출규제가 완전히 해제된 것 같지만, 일본이 양국 협상의 핵심인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혜택 국가) 회복은 “한국 상황에 달렸다”며 소극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불안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국 정상회담의 가교 역할을 한 일본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 해법에 대한 일본 대응이 우리 정부의 전향적 태도에 상응하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과거보다 미래를 외치며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섰지만, 강제징용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이후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더욱 노골적으로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의 회담 후 언급에서 일본은 독도 영유권,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등 양국 갈등 현안에 대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실제 일본 현지 언론 등을 통해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 회동 자리에서 위안부 합의 이행, 독도 영유권 문제 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반발 여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미래 파트너십 기금'도 민간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에서 설립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조치라고 볼 수 없다. 한일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전문가들 다수는 냉각됐던 한일 관계를 개선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본의 입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절반의 물컵'이라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소장은 <매일일보>와 통화에서 "반쪽은 일본에서 채워줄 거라고 하더니, 일본과 어떤 협의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일본의 입장을 고스란히 다 받아들였다. 거기서 시작했는데 뭘 얻을 수 있겠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