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몰락 예고된 고령 산업… “현실 안주 말아야”

고령인구 증가로 건보 재정 부담 증가 저출산 가속화… 건보료 낼 사람 없어 "치료 접근성 하락" 정부, 의약품 급여 적정성 재평가 중… 제약바이오 타격 불가피

2024-03-19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과 고려화 시대를 계기로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바이오 헬스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천명하며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다만 저출산 가속화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현실에 안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계가 글로벌 이슈로 인한 에너지가 상승과 소비 시장 위축으로 올해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계에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내포돼 주목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를 조사한 결과, 올 새해 BSI 전망치는 88.5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100보다 낮으면 부정 응답이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 그 중 의약품 분야만 유일하게 기준치 이상을 달성했다. 코로나19로 보건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건강 분야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보건산업 수출액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인 2017년 126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중간에 팬데믹 특수를 맞이하며 2021년 257억 달러로 2배 가량 증가했다. 다만 고령화 인구가 늘어나고, 저출산이 가속화되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이 깊은 제약바이오 산업도 머지 않아 뒷걸음질 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통계청은 내년 65세 인구가 1000만 8326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19.4%로 예상된다. 앞서 노인 인구는 지난해 처음으로 900만명을 넘었는데, 2년 사이 1천만을 돌파하는 것이다. 65세 이상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경우 초고령사회로 본다. 문제는 현재 고령인구가 은퇴 후 받을 연금 및 치료비가 나라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올해만해도 65세 이상 기초연금 예상 수급자는 10년 전보다 절반 가량 늘어난 656만 명으로, 관련 예산만 22조 원이 넘는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암과 치매 등 각종 질환에 취약해지는데, 관련 의약품 가격은 매우 비싸다. 때문에 국가는 제약사와의 협상을 통해 약가에 건보를 적용해 국민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즉 환자가 늘수록 건보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실제로 정부는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의약품의 효능을 재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기존 의약품의 건강보험 급여 적정성을 재검토하면서 기존에 상용되던 '아데닌염산염 외 6개성분 복합제'와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등 성분의 의약품을 무더기로 급여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해당 약품은 학회와 업계의 반대 끝에 간신히 건강보험 급여를 유지하게 됐다. 당시 보건당국은 “급여 재평가의 이유는 건보 재정부담을 줄이겠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의 경우, 일부 의료인들이 효능을 강조했음에도 급여 축소 수순을 밟게 됐다. 기존 의약품 판매 수익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는 급여가 축소되면 신약 사업 전체가 타격을 입는 만큼, 정부의 건보 축소 방침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무분별한 건보 지출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지만, 결국 건보료를 낼 수 있는 인구가 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보건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정부는 2027년까지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개발을 통해 제약 6대강국으로 거듭나겠다며,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다만 개발된 약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저출산 대책, 건보 적용 문제도 함께 나와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D제약사 관계자는 “신약의 초기 출시 가격은 매우 높기 때문에 급여 적용이 얼마나 되는지가 관건이다. 약가 협상에 실패해 약가가 비싸지면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기껏 만든 신약이 잘 팔리지 않는다면 제약사는 개발 의지를 소실하게 된다. 또 비싼 약가를 감당할 수 없는 서민층이 몰락해 저출산이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