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직 개편 주목…'사무총장' 포함 놓고 친명·비명 갈등

이 대표 "내년 총선 승리 위해 어떤 일도 불사"…당직 개편 시사 '사무총장' 교체, 인적 쇄신 핵심…당헌 제80조 적용 권한 가져

2023-03-19     문장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이재명계(비명계)의 당직 개편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는 분위기에서 인적 쇄신 범위에 당 사무총장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을 책임지고 내년 총선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당 3역' 중 하나다. 더욱이 사무총장은 폐지 논란이 됐던 당헌 제80조를 직접 적용하는 권한을 가져 당직 개편의 핵심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명계 의원들은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흔들리는 당을 수습하는 방책으로 이 대표에게 '당직 개편'을 주문해 왔다. 주요 당직이 사실상 친이재명(친명계) 일색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당 통합 차원에서 '탕평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도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일도 불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며 사실상 당직 개편도 수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다만 개편의 범위에 사무총장이 포함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친명계와 비명계의 입장이 엇갈렸다.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을 도맡고 내년 총선 공천의 실무를 담당하는 핵심 보직이다. 게다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당헌 제80조를 적용하는 것도 사무총장의 권한이다. 비명계가 사무총장이 될 경우 이 대표 기소 직후 당헌 제80조에 따라 당 대표 직무 정지 결정을 내릴 수 있어 친명계는 사무총장 교체에는 선을 긋고 있다. 친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 라디오에서 "사무총장은 당 대표와 함께 당 전체의 운영, 원내에서는 원내대표와 함께 삼각 체제로 당을 운영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그 부분(비명계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깊은 검토가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무총장과 호흡이 안 맞는 당 대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호흡이 잘 맞아도 당 전체를 화합과 일치단결된 모습으로 끌어가는 것도 큰 어려움인데, 사무총장과 호흡이 잘 안 맞는다면 리더십을 발휘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비명계는 지도부의 다양성에 방점을 찍고 사무총장을 포함한 대대적인 당직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라디오에서 "선출직·지명직 최고위원과 임명직 자리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단일 색채"라며 "임명직들을 개편해서 당의 대소사를 같이 논의하면서 다른 목소리를 경험하고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는 것을 항상 같이 고민하고 그 과정을 거쳐서 어떤 결정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의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전면적 인적 쇄신을 요구하면서도 사무총장 교체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이 대표를 만난 더미래는 사무총장을 제외한 정책위의장·전략기획위원장·대변인단 등 당직에 대한 개편을 건의했다. 더미래 대표인 강훈식 의원은 지난 16일 SBS라디오에서 "(이 대표에게)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해달라, 당에 새로운 인물들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며 "새로운 에너지가 들어가 일신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부는 아니어도 상징적이고 ‘변화가 있겠다’라는 메시지를 담아낼 정도만큼의 당직 개편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적 쇄신의 폭을 지켜본 뒤 이 대표의 진정성을 평가하겠다는 의미여서 향후 사무총장 교체에 대한 여지는 남겨둔 셈이다. 일단 이 대표는 개별 의원과 일대일 면담, 그룹별 간담회 등을 통해 당내 의견 계속 청취한 뒤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오는 21일에는 김근태계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