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도체 잇단 낭보…내달 미국서도 들려올까
매일일보 = 신지하 기자 | 최근 국내 반도체 업계에 희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이른바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가까스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달 중 국회 통과가 유력하다. 그동안 '재벌 특혜' 논란에 입법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결국 여야는 반도체 산업 육성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경제안보 자산으로도 크게 부각된다는 점을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삼성전자의 300조원 투자 소식도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를 따라잡기 위해 경기도 용인시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트에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도 용인에 710만㎡ 일대를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토대로 직간접 생산유발 효과만 700조원에 이르고, 고용유발 효과도 160만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은 최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에 가했던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규제를 해제했다. 한국 정부도 해당 품목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양국 정부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 조치도 원상회복이 되도록 긴밀히 논의할 예정이다. 반도체 핵심 품목에 대한 일본 수출규제 해소는 국내 공급망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이은 낭보에도 국내 반도체 업계 분위기는 조심스럽다. 한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K칩스법이 정치적 상황에 부침을 많이 겪었던 만큼 상황을 뒤집을 만한 변수가 나올 수도 있다"며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라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쉽게 낙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담당자는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것이지 갈등 요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의 협력 제스처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냈다.
반도체 기업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미국 정부가 최근 공개한 반도체지원법 세부 지원안이다. 미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 정부에 재무 건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수익성 지표 등을 공개해야 한다.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 등도 포함돼 있다. 더구나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SK하이닉스는 적자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수요 둔화에 공급 과잉 등으로 재고가 쌓이며 업황 침체에 빠졌다.
우울했던 업계에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자국 산업보호주의 기조가 강해지면서 기업 홀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역부족이다. 정부가 해결사로 나설 내달 한미정상회담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또 다른 낭보가 날아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