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만 바라보는 금융시장…美 금리인상 지속시 변동성 확대

SVB사태 여진에 인플레 압력 여전..."연준 긴축 딜레마" 국내증시 외국인 복귀 난망..."투자심리 회복 어려울 것"

2024-03-20     이광표 기자
미국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크레디드스위스(CS) 부도 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클 거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증시의 하방 압력도 커진 가운데 시장이 기대하는 긴축 완화로 외국인 복귀가 이뤄질지 이목이 집중되지만,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주를 이루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도 최고조에 이를 거란 관측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애널리스트 오는 21일(이하 현지시간)과 22일 양일간 열리는 3월 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리 동결 전망도 나오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완화를 고려할 때 부담스러울 수 있단 진단이다. 금융시장 위기 고조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은 현저히 낮아졌다. 지난 18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3월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59%로 동결 가능성을 41%로 각각 예상했다. 이달 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 발언으로 이번 FOMC에서 빅스텝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으나 이달 중순 SVB 사태가 발생하자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여기에 CS의 위기설이 이어지며 빅스텝에 대한 부담은 커지고 있다. 뱅크런 사태가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긴축 완화론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대형은행의 경우 지난 2008년 이후 강화된 규제 지속으로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이나 중소형은행이 경우 상업·산업용 대출의 35%, 부동산 대출의 55%를 담당하고 있어 뱅크런이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증권가도 SVB 사태 진정과 인플레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베이비스텝이 유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는 혼돈의 은행 리스크에 대응하고 간과될 수 있었던 인플레이션 위험에 계속적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25bp(1bp=0.01%포인트) 인상이 유력해 보인다”며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결정을 참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3월 FOMC가 시장 추정에 부합할 경우 증시는 하방 압력 하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달러 강세 완화로 외국인 이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증시 약세는 SVB사태로 인한 외국인 이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3월 2~17일) 코스피는 0.71%(2412.85→1395.69) 하락했는데 외국인은 5183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했다. 주요 순매도 목록에는 KB금융(1696억)과 신한금융지주(1233억원) 등 금융주가 대거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경우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일 "국내 증시는 SVB에서 시작된 은행권 위기 여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국내 수출과 주요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등 대내외 대형 이벤트의 영향을 받아 변동성 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변동 폭으로 2,340∼2,440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지수 하단을 크게 열어 둘 필요는 없지만 은행권 문제가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이므로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 이후 미국의 정책 대응은 신속하고 적절했지만, 신용경색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있다"며 "자금조달 비용 자체가 매우 높은 데다 유동성은 마른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SVB, 시그니처은행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 은행 위험이 부각한 이후 미국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사태가 금융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없다며 국내 증시가 다시 약세장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전 연구원은 "크레디트스위스를 제외하면 주요 금융회사의 부도 위험은 낮고 금융권 내 자금경색 조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 위기가 초래한 금융시스템 위험과는 속성이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