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기업비리 ‘정조준’ 최종 타겟은 어디?

2010-09-23     류세나 기자

대한통운-두산인프라코어 ‘비리’ 혐의 동시 압수수색
칼 뽑아든 검찰…파장 어디까지 미칠까 재계 ‘전전긍긍’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검찰이 재벌기업 비리에 대한 사정칼날을 뽑아들었다. 검찰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대한통운과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22일 이 두 기업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그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박연차 게이트’ 수사 중단과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 등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검찰이 본연의 업무에 다시 시동을 건 것. 특히 검찰의 이 같은 ‘기업비리 척결’ 행보는 지난 8월 취임한 김준규 신임 검찰총장 체제가 안정화 단계에 돌입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검찰의 다음 수사타겟이 어느 기업이 될 것인지를 두고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권오성)는 지난 22일 국내 최대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의 부산∙마산지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대한통운의 일부 임직원들이 운송 및 하역물류, 항만하역 등 물류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운송비용을 부풀려 회삿돈을 횡령하고, 하도급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뒷돈을 받는 방법으로 수십억 원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대한통운 부산∙마산 지사에서 자금거래 내역 등이 담긴 회계장부, 납품계약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고, 비리혐의가 드러난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계좌추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또 검찰은 이 같은 방법으로 빼돌린 수십억 원을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따른 자금난을 덜기 위해 비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재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금호아시아나 그룹관계자는 “그룹에서 대한통운을 인수한 것은 지난해 4월인데 이번 대한통운의 비리 혐의가 포착된 시점은 그 이전인 것으로 안다”며 “일부 임직원들이 횡령한 비자금을 그룹차원에서 사용했다고 연관 짓는 것 또한 시점상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한통운 인수 후 자체적으로 내부감사를 벌였으나 검찰수사처럼 주도면밀한 조사를 벌이기 어려운 탓에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한통운의 비리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무관하다는 것.이에 대해 대한통운 한 관계자는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인 만큼 지금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우리도 (수사진행을) 지켜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하지만 그룹측의 이 같은 바람(?)과 달리 검찰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한통운 비리에 대한 수사가 그룹 전체로 확대되게 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각 지검별 각개전투 양상 띄어

대한통운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지던 같은 날, 두산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인천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이경훈)은 두산인프라코어가 해군 고속정 엔진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납품단가를 부풀려 8억 원 가량을 챙긴 정황을 포착, 인천본사와 공장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2007∼2010년 해군 고속정 엔진 납품업체로 선정된 두산인프라코어는 납품단가를 20억 원에서 28억원으로 과다 계상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신형 고속정인 ‘윤영하 급’ 건조함정과 구형인 참수리 고속정 성능개선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두산인프라코어는 납품단가 부풀리기에 따른 검찰수사에 대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3일 “검찰이 두고 있는 혐의와 같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철저히 밝히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자체적으로도 내부감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일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와 두산그룹 모두 참여정부 시절 기업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운 기업이라는 점에서 비자금 조성과 돈의 용처에 따라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재계 안팎에서는 앞으로의 검찰 수사가 다른 기업들의 사업 전반으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