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60시간 이상 무리, 노동 약자 담보책 강구"
21일 국무회의서 '주 69시간제 논란' 관련 언급 스텝 꼬인 근로시간 "가이드라인 제시 아냐→주 60시간 무리" 대통령·대통령실·고용부 간 '혼선', 대통령이 다시 정리
2023-03-21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근로시간 유연화와 관련한 논란에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전날(20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60시간 언급이 근로시간 개편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대통령이 직접 상한선을 제시하면서 개편안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해 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과 관련해 임금, 휴가 등 근로 보상 체계에 대해 근로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특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노동 약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담보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해 국민들, 특히 노동 약자의 의견을 듣겠다고 전했다. 그는 "노동시장 유연화는 그 제도의 설계에 있어 국민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수집할 것"이라며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세밀한 여론조사를 시행하고, 제게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해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MZ 근로자, 노조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와도 폭넓게 소통하겠다면서 "국민들께서 좋은 의견을 많이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의 연이은 발표에도 정책 혼선이 사그라들지 않자 결국 윤 대통령이 나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당초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은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주 69시간 제도'로 불리던 개편안에 대한 보완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사실상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으나, 나흘 만인 20일 대통령실은 해당 발언은 "가이드라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다시 윤 대통령이 "주 60시간 이상 근로는 무리"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통령실이 정책적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대통령실과 정부 간 엇박자도 있었다. 지난 6일 고용부가 근로제 개편안을 발표한 직후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자 윤 대통령은 14일 '보완 검토'를 지시했다. 그러나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책의 원점 재검토는 아니다"고 부인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제시로 대통령-대통령실-고용부 간 혼선은 일단락됐지만,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근로시간 개편을 비롯한 정부 노동 개혁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