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치권·정부 압박에 눈치보는 통신사...5G망·신사업 투자 위축

'가계통신비 인하' 요구 거세져 통신사 5G·신사업 투자 위축 우려 전기료 인상도 통신사에 부담

2024-03-21     신지하 기자
통신업계를

매일일보 = 신지하 기자  |  통신업계를 향한 정부와 정치권의 '가계통신비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시장의 독과점 폐해를 지적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 3사를 상대로 불공정행위 관련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 기조가 자칫 통신사들의 5G와 신사업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2019~2022년까지 4년 동안 설비투자액(CAPEX)으로 30조9750억원을 집행했다. 회사별로 이 기간 설비투자 집행액은 KT 11조7040억원, LG유플러스 9조7530억원, SK텔레콤 9조5180억원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의 경우 유선망 투자를 하는 SK브로드밴드까지 더하면 망투자 금액(12조7848억원)이 가장 높았다. 통신사가 집행한 설비투자는 기지국 구축을 비롯해 유지보수 등 네트워크 향상과 신사업에 활용됐다. 지난 2019년 5G가 도입된 이래 통신 3사는 5G 전국망 구축에 집중하며 설비투자를 대폭 확대해 왔다.  올해 통신사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설비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들의 통신 품질 논란을 인식하지만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신사업 투자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을 고려하면 설비투자 규모를 더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기료가 오르고 있다는 점도 통신사에 부담을 가하고 있다. 통신 3사는 지난해 수도광열비·전력수도비·전력료 명목으로 총 9678억7400만원을 지출했다. 통신사별 지출 명목은 다르지만 대부분 전기료에 지출한 비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8821억3900만원)과 비교해 9.7% 늘어난 수치다. 전력 사용량이 LTE보다 많은 5G 인프라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체 전력 사용량이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전기료에 매년 수천억원의 비용을 내게 되면서 기지국과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설비 운영 부담이 높아졌다. 원자재값도 올라 시설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반도체, 통신장비 가격도 크게 올랐다. 통신사의 전력사용료는 하반기부터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 2분기 전기·가스요금 결정 사항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간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한 2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산정해 지난 16일 정부에 제출했다. 전기요금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연료비 조정요금'을 현행 상한선인 킬로와트시당 5원 올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요소인 '기준연료비'도 함께 인상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통신 3사의 올해 전기료에 지출할 비용이 작년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절감을 위한 정책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통신망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도 "IDC와 통신설비의 공공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탄소배출권 규제가 통신산업에 유연하게 적용 가능할지 환경부와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데 통신사가 데이터센터와 기지국에 투입하는 전력비는 매년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기지국의 경우 일년에 전기료로 들어가는 비용은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