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펑펑…보험사 자금줄 막혀간다
금리인상에 자기자본 34%↓…CS사태로 발행여건도 ‘최악’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보험사들의 자기자본이 크게 줄었다. 작년부터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평가손실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보험사의 총자산은 1310조88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8조6238억원(3.6%) 줄었고, 자기자본은 총 88조85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5조7535억원(34%)이나 급감했다. 지난해 금리 상승 영향으로 매도 가능 증권 평가손익이 총 49조5000억원 줄어든 영향이다.
보험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최근 스위스 금융당국이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를 정리하면서 약 23조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전액 상각했다.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투자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줘 금리 상승 등 발행 여건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ancial Market Supervisory Authority·Finma)은 UBS의 CS 인수를 결정하면서 160억스위스프랑(약 23조원)의 AT1을 상각하도록 CS에 주문했다. ‘하이브리드’ 채권인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 성격이 있어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에서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이 때문에 보험사 등 금융사들은 자본 확충 수단으로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회계 제도 도입으로 인해 자본 확충이 시급하지만, 시장 환경 악화와 금리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무려 보험사 19개사가 새로운 지급여력제도(K-ICS)를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적용 유예를 금융당국에 요청한 바 있다. K-ICS는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보더라도 이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기자본을 보유하도록 하는 건전성 감독 규제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경우 ‘빅3’ 중 한 곳인 교보생명을 포함해 전체의 절반 이상이 신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와 환율을 비롯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 부동산 경기 악화를 포함한 대내외 경제 여건 변화에 따른 리스크 요인과 더불어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인 IFRS17 시행으로 인한 보험사 경영 환경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무건전성 취약이 우려되는 보험사를 중심으로 자본 확충 등 손실 흡수 능력 제고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