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결국' 윤경림 KT CEO 후보 사의...경영공백 더 길어진다
2024-03-23 신지하 기자
매일일보 = 신지하 기자 | KT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인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내정된지 보름만에 돌연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31일자로 임가가 만료되는 구현모 현 대표가 앞서 연임을 포기한 데 이어 윤 사장까지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KT의 경영공백 장기화 우려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윤 후보는 전날 열린 KT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사퇴 압박과 검찰 수사,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 가능성 등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사회는 이달 31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까지 회사를 생각해 버텨야 한다며 윤 후보의 사퇴를 만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T 이사회는 지난 7일 윤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내정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종후보군 4명이 전·현직 인사들로만 구성된 점을 문제 삼으며 '이익 카르텔'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후보에 대해선 '구현모 대표의 아바타'라고 비난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은 구 대표와 윤 후보에 대한 배임 혐의 고발건을 배당 받아 본격 수사에 나섰다. 윤 후보는 자신을 향한 여권의 부정적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지배구조개선TF'를 구성하고, 현 정권과 비교적 가까운 인사로 분류됐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KT 사외이사로,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KT스카이라이프 대표로 세우려 했지만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이 사퇴하며 혼란만 더 키웠다. KT 1·2대 주주인 국민연금(10.1%)과 현대자동차그룹(7.8%)은 윤 후보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 유력하다. 3대 주주인 신한은행(5.6%)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국민연금·현대차그룹과 행보를 같이 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윤 후보는 이달 주총에서 표대결을 거쳐 간신히 대표직에 오르더라도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펼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결국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사의를 공식으로 발표하더라도 오는 31일 주총은 예정대로 열린다. 다만 대표이사 선임의 건은 의안에서 제외되고, KT는 이 같은 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주총에서는 윤 후보자 대표 선임안 외에도 서창석·송경민 사내이사 신규 선임, 강충구·표현명·여은정 사외이사의 재선임 등 안건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