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폭주한 소액생계비대출 ‘고금리 논란’
저신용자에 이자 연 최고 15.9% 최저 9.4% 적용 첫 50만원서 조건 충족땐 최대 100만원 당일 지급
2024-03-26 이보라 기자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27일 출시하는 소액생계비대출의 사전 예약 신청이 폭주한 가운데 고금리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24일 소액생계비대출 상담신청 사전예약을 받은 결과 예약 가능 인원의 약 98%인 2만 5144명이 상담 신청을 했다. 첫날인 22일에는 신청 폭주로 한때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 전산망이 마비되기도 했다. 22~24일에 향후 4주간의 방문 예약을 잡을 수 있다. 소액생계비대출은 대부업조차 이용이 어려워 불법 사금융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도 100만원을 신청 당일 즉시 지급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대출 한도는 최대 100만원이다. 최초에 50만원을 받을 수 있고 6개월 이상 이자를 성실히 납부하면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 병원비 등 자금 용처를 증빙하면 최초에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대출 신청 대상은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인 만 19세 이상이다. 연체자가 소액생계비대출을 신청할 경우엔 채무조정 진행을 전제조건으로 대출을 지원한다. 금리는 기본 연 15.9%이지만 간단한 금융교육을 받으면 금리가 0.5%p 인하된다. 또 이자를 제때 갚으면 금리가 6개월마다 3%p 낮아진다.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권 기부금 등을 토대로 마련된 재원으로 모두 10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소액생계비대출 재원으로 2024~2025년 매년 500억원씩 추가 기부할 예정이다. 긴급생계비 대출 상품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취약층을 돕는다는 취지로 설계됐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소액생계비대출의 금리가 높은 점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23일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기존 금융권에서 100만원도 빌릴 수 없는 서민들이 몰려 서민금융원 홈페이지가 마비됐다”며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 소액생계비대출의 재원이 국가 예산이 아닌 금융권의 기부금으로 운영돼 15.6%라는 높은 금리를 채택해 분노한다”고 했다. 이어 “소액생계비대출 예산은 작년 국회의 2023년 예산 심사에서 기획재정부 반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경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지난달 18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고금리 소액생계비대출에 국민의 원성이 높다”며 “100만원이 긴급히 필요한 국민에게 소액 대출을 해주는 정책 상품에 15.9%라는 고금리를 붙이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제도를 악용해 대출금을 일부러 갚지 않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유재훈 금융위 국장은 “제도가 (대출받기) 쉽게 설계돼 있어 (도덕적 해이를) 막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말 어려운 사람을 위해 허들을 낮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민금융상품에 비해 높은 금리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에 비해서는 금리가 낮다는 반박도 나온다. 지난해 불법사금융 평균 금리는 연 414%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액이라도 유동성이 급한 고객에게 유용한 자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권도 취약계층 지원과 같이 당국이 추진하는 부분에 대해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