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다훈
얼마 전 어느 칼럼에서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한 10대 학생이 유튜브에서 모 지상파 방송국이 올린 콘텐츠를 보았고, 그제야 해당 방송국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형 방송국마저 ‘일개 유튜버’로 만들어버린 유튜브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입니다. 그런데 만일 이처럼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유튜브에 나를 비방하는 명예훼손성 영상이 게재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많은 분들이 이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거칠 수 있지 않냐 묻곤 합니다. 물론 언론중재위는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신속한 문제해결 수단이 됩니다. 하지만 언론사가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아닌 이상 유튜브 영상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조정을 신청할 순 없습니다. 유튜버나 유튜브 채널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언론중재위가 조정 대상으로 삼는 ‘언론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유튜브가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명예훼손 신고 제도를 이용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측은 신고 내용이 사실로 인정되면 해당 영상이나 채널을 삭제하는 등 일정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민·형사 소송을 거치는 것에 비하여 비용과 시간 면에서 간편합니다. 다만 위 신고 제도에서는 소송에 비해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는 점을 자세히 주장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제재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또한 신고 제도는 어디까지나 유튜브 내부 제재에 불과하고, 향후 추가로 비슷한 내용의 영상이 올라오는 것을 막는 데 한계가 있어 결국에는 법적 절차를 거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적으로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은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는 것입니다. 가처분이란 판결을 받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막고자 임시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주는 절차를 의미합니다. 이미 게재된 유튜브 영상의 삭제나 편집을 구하는 가처분, 앞으로 비슷한 내용의 영상을 다시는 게재하지 못하게 하는 가처분 등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때 가처분을 신청하는 분에게는 영상으로 인하여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점, 그 정도가 심해서 유튜버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짧은 시간 안에 충분히 소명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영상삭제청구,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손해는 돈으로 배상하는 게 원칙이지만(보통 ‘손해배상청구’라고 부르는 게 바로 이것입니다), 민법은 특별히 명예가 훼손되는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법원이 보기에 명예회복에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처분을 명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영상삭제 역시 이러한 처분 중 하나로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말씀 드린 대로 보통 판결을 받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굳이 가처분을 거치지 않고 영상삭제를 청구할 이유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 외에 명예훼손 혐의로 유튜버를 수사기관에 형사고소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찰서에 가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형사고소는 이미 게시된 영상을 삭제하고 다시는 비슷한 내용의 영상을 게재하지 않도록 만드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만일 해당 유튜버가 무죄 주장을 하면서 영상을 내리지 않고 버티는 경우에는 형사고소만으로는 영상 삭제가 불가능하여 가처분 등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참! 마지막으로 한 가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세상 모든 소송이 그렇듯이 유튜브 명예훼손과 관련해서도 증거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유튜브 영상은 기존의 방송이나 출판물과는 달리 게시자가 손쉽게 수정이나 삭제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고,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에 앞서 캡처, 다운로드 등을 통해 제때 자료를 모아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