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적자 4배↑, 대기업 영업이익 70%↓…전망도 '암울'
올해 누적 적자 241억달러…수출, 6개월 연속 감소 가능성 반도체 업황 한파가 부진 견인…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급락 "전년 대비 수출 증가세 관건이지만…당분간 회복 어려울 듯"
2024-03-26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적자 규모가 250억달러(약 32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적자액의 절반을 넘어선 수치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부진 영향으로 전체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한 데 이어, 이달 중순까지 ‘마이너스(-)’흐름을 지속하고 있어 사실상 6개월 연속 감소가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한파로 삼성전자 등 실적 급락은 대기업 전체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무역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작년 대비 수출 증가가 관건이지만,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6일 매일일보가 관세청·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 동향과 CEO스코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누적된 무역적자는 241억300만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65억2400만달러)보다 3.7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478억달러)의 절반(50.4%)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연간 기준으로 봐도 작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달 수출액도 부진을 겪고 있다. 3월1~20일 기준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09억45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4억6700만달러 대비 17.4% 급감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 감소 폭은 23.1%에 달한다. 전월 동기(333억8800만 달러)에 비해서도 2.8% 줄었다.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줄고 있다. 이달 중순에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어 연속 감소 기간은 6개월로 늘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수출이 6개월 연속 후퇴하는 것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수출 감소세는 주력 품목인 반도체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무려 44.7% 급감해 반토막 났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뒷걸음질 친 데 이어, 이달 중순까지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 한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실적 급락으로 이어지면서 대기업 전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실적 확인이 가능한 262곳의 지난해 4분기 전체 매출액은 662조4211억원으로 2021년 동기(595조4197억원) 대비 11.3%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2조9871억원으로 2021년 동기(41조9703억원)보다 69.1%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합산 영업이익이 50조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며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2% 감소한 34조4697억원에 그쳤다. 설상가상 4분기에는 영업이익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업종별로는 전체 19개 업종 중 13개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해 국내 수출 산업을 주도해온 IT·전기·전자 업종의 실적 하락이 두드러졌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조3061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667억원) 대비 68.9% 급감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분기 1조89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전환했다. 이는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하면서 올 상반기에도 영업 적자 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철강·석유화학·운송 등 업종에서 영업이익은 1조원 이상 감소했다. 반면 자동차·부품 업종의 영업이익은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 자동차·부품의 영업이익은 7조5169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4277억원) 대비 119.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조선·기계·설비 업종은 흑자 전환했다. 조선 업계의 수주 호황이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 식음료와 에너지 등 업종도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무역수지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거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작년 같은 경우 수출은 그런대로 잘 됐는데, 수입 규모가 늘어나서 무역수지 적자가 커졌다. 때문에 올해 수출이 작년에 비해 증가세가 될 수 있는지를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올해는) 수출이 늘어나지 않으면서 수입도 작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추세로 보면 당분간 무역 실적이 어렵지 않겠냐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