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상도 승용차는 달렸는데...IT는 역주행

자동차, 반도체 대신 수출 버팀목 부상..."운송·노동 등 정부 역할 중요" IT·전기·전자, 수요 부진에 경기 침체 겹쳐.."한파 지속될 것"

2023-03-26     염재인 기자
우리나라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역성장한 한국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1년 전보다 17% 이상 줄면서 반년째 감소세를 보였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주요 IT(정보기술) 품목 실적 부진이 수출 감소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승용차가 호실적으로 기록하며 반도체를 대신해 새롭게 수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문가들은 승용차의 실적 선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운송 관련 물류 서비스 유지와 노동 문제 등에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IT·전기·전자 분야에 대해서는 경기 침체 등과 맞물려 수요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당분간 전망은 어두울 것으로 예상했다. 

26일 매일일보가 관세청 '3월1~20일 수출입 현황'과 산업통상자원부 '2월 자동차산업 동향'을 분석한 결과, 3월1~20일 기준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09억4500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374억6700만달러)보다 17.4% 후퇴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3.1%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4.5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5일)보다 하루 더 많았다. 전월 동기 333억8800만 달러와 비교할 땐 2.8% 줄었다.

전체 수출액은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한 데 이어, 이달 중순까지 역성장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이달 총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로 확정된다면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 연속 감소하는 셈이 된다. 이 같은 수출액 감소 행진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품목별로 보면 10대 수출 품목 가운데 승용차를 제외한 나머지 9개 품목의 수출이 1년 전보다 줄었다. 특히 8개 품목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이면서 산업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이중 주력 품목인 반도체를 비롯해 주요 IT 품목의 실적 부진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3월1~20일 반도체 수출액은 43억23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44.7%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뒷걸음질 친 데 이어, 이달 중순까지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추세로 볼 때 이달에도 감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IT전기전자 업종의 실적 하락도 두드러졌다. 무선통신기기 수출액은 8억4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8% 내려앉았다. 컴퓨터주변기기와 가전제품은 각각 4억300만달러, 3억8700만달러로 60.9%, 45.6% 줄었다. 이 밖에 선박(-57.0%), 정밀기기(-26.0%), 철강제품(-12.7), 석유제품(-10.6%), 자동차부품(-4.5%) 등 대부분 품목이 하락했다. 

반면 승용차는 34억53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9.0% 늘었다. 10대 수출 품목 중 9개 품목 수출이 1년 전보다 후퇴한 것과 비교하면 '나홀로 선방'이다. 승용차는 관세청이 공개하는 주요 10대 품목 중 유일하게 1년 전보다 수출액이 증가했다. 자동차 부품 수출액(11억9600만달러)을 합한 3월 1~20일 자동차 관련 수출액은 총 46억4900만달러다. 이는 최대 수출 품목이던 반도체의 같은 기간 수출액(43억2300만달러)을 웃도는 실적이다.

승용차가 수출에서 반도체 대신 버팀목 역할을 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자동차 수출액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 개선과 친환경차 판매 증가 등에 힘입어 작년 7월 이후 매월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승용차 업황이 호실적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련 산업 보호 대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IT·전기·전자 전망은 경기침체 국면에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자동차 수출에 문제가 됐던 것이 운반선이 부족해서였다. 생산해도 수출을 못 하는 상황이 됐던 건데, 결국 자동차 운송 관련 물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며 "그다음에 수출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 노사 환경 등 산업 주변 요소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 물류와 노동 관련 등 발생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정부와 노·사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IT·전기·전자에 대해서는 "IT도 마찬가지고 전기·전자가 수요가 없다는 게 주원인이다. 중요한 기기들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때 대부분 샀다"며 "또 현재 물가가 많이 오른 데다가 전 세계적으로 경기 불황을 전망하고 있지 않나. 전망이 안 좋은 상황에서 당연히 소득은 정체되고, 결국 수요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제의 하강 국면이 반등하기 전까지는 어렵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