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수출 급감·반도체 한파…올해 1000억달러 적자 우려

반도체 재고량 평소보다 4배 증가 중국 수출 부진으로 무역적자 규모 확대 

2024-03-26     이진하 기자
글로벌

매일일보 = 이진하 기자  |  그동안 한국 수출을 견인해 왔던 대중수출 감소가 이어지고 반도체 수출이 반토막 나면서 재고량이 쌓이고 있어 가격 반등도 예상하기 어려워지자 무역적자는 13개월째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라면 올해 4분기를 모두 합치면 1000억 달러 적자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매일일보>가 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3월 1~20일 동안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09억45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4% 감소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4.5일로 전년도 같은 기간(13.5일) 보다 하루가 더 많았기 때문에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3.1% 줄은 셈이다.  이 기간 무역수지 적자는 241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인 447억8500만 달러의 절반을 넘어섰다. 따라서 3월 전체 무역수지 적자는 25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올해 4분기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1000억 달러 적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역적자 증가는 원유·가스 등 에너지원 수입금액이 증가한 영향도 있으나, 그간 한국 수출을 견인했던 대중 수출과 반도체 수출의 급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001년부터 2022년까지 22년 간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 총액은 6816달러로 같은 기간 전체 무역흑자인 7462억 달러의 90%가 넘는 액수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대중 무역수지가 28년 만에 적자로 전환하면서 지난해 연간 대중 무역흑자는 12억1000만 달러로 급격히 줄었다. 이 수치는 2021년(243억 달러) 대비 95% 넘게 급감한 것이다. 올해 1~2월 누적 대중 무역적자는 이미 51억 달러를 넘겼고, 대중 교역은 무역흑자에서 무역적자로 전환됐다. 대중국수출 감소 영향이 이어지면서 한국 무역적자도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도 예전보다 수요가 줄어들어 재고량이 쌓이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2월 한국 수출은 501억 달러로 전년 동원 대비 약 41억 달러(7.5%) 감소했다. 이달 반도체 수출액은 59억6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4억 달러가 감소해 직전 달보다 큰 금액이 줄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메모리 반도체의 재고일 수는 20~24주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일반적으로 메모리 반도체의 재고량은 5~6주라 평상시 대비 4개가 적체된 상황이다. 반도체 가격 급락의 원인은 한국 반도체 수출 시장에서 40%를 차지했던 대중국 수출 감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중 수출 감소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 후 미국의 대중 기술제재가 강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와 올해 양회 등 주요 회의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이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이라며 기술 경쟁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반도체, 기계설비, 석유화학제품 등 수입에 의존했던 중간재를 국산화에 매진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도 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부분도 있고, 미중 갈등이 계속되면서 경제 성장률도 높지 않은 상태에서 수출 회복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인 흐름은 우리가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세금이나 규제 등의 지원을 하는 방법뿐"이라고 답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최소한 내년 초까지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수요가 없어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감산밖에 없다고 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