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꼬꾸라지자 대기업 영업이익도 급감, 지난해 4분기 69.1%↓
반도체 불황에 삼성·SK 등 500대 기업 영업이익 반토막 차 부품 선전에도 전체 하락세 피하지 못해
매일일보 = 이진하 기자 | 한국의 수출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부진에 빠지면서 국내 상위 5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 기업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3% 포인트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9.1% 포인트 감소했다.
기업데이터 연구소 CEO 스코어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실적 확인이 가능한 262곳의 4분기 실적을 조사한 결과 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662조421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52조4105억 원) 대비 34.2%나 축소됐다. 이어 4분기에는 영업이익 감소 폭이 커져 12조 원대를 유지했다.
현대와 기아차 등 자동차·부품 업계의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수출 주력 산업인 반도체에 불황이 찾아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이 급락한 탓에 대기업 전체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로 보면 19개 업종 중 13개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반도체를 비롯해 국내 수출 산업을 주도한 IT전기전자 업종의 실적 하락 폭이 컸다.
IT전기전자 업종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3조368억 원으로 전년 동기(20조8516억 원) 대비 85.4%(17조8148억 원) 급락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국내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를 비롯해 가전과 휴대전화 등 판매가 부진했던 영향으로 보인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반도체 시장의 부진은 그동안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의 수입 감소로 이어진 것"이라며 "다만 중국 내수 시장에서 첨단 반도체 외에 중저가 상품으로 파고들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정학적 기술 패권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은 국제 환경을 빠르게 읽고 그에 필요한 대응과 대책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제적인 보조금 전쟁에 우리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반면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수출 부진은 현재로써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전체 리오프닝이 나오면 자연적으로 좋아질 것이라 정부가 어떻게 한다고 해도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소부장 기업들이 국내에 상륙하는 것에는 "일본이 한국 반도체 죽이기로 수출 금지를 했는데, 이미 국내 기업들은 대체 기술을 만들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장기적으로 인력개발이나 기술역량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가치 있다고 보지만 무분별하게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자동차·부품 업종의 영업이익은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자동차·부품의 영업이익은 7조51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3조4277억 원) 119.3%(4조8092억 원)로 크게 늘었다.
올해 호조를 보인 자동차 수출에 관해 홍 교수는 "자동차 수출은 지금까지 수요가 많았는데 공급을 못해서 그런 것이고 현재 우리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며 "자동차 시장은 호조라기보다 주문량이 밀려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불황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조3061억 원으로 전년 동기(13조8667억 원) 대비 68.9%(9조5606억 원) 급감했다.
그 다음은 SK하이닉스가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4분기 4조2195억 원에서 지난해 동기 1조8984억 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두 기업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올 상반기 영업 적자 폭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