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핵 배치에 "벨라루스 인질 삼은 것"…안보리 소집 촉구
다닐로우 "푸틴에 대한 부정적 인식 극대화할 것" 유엔에 러시아 핵 위협 대응 위한 효과적 조처 요청
2024-03-27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러시아가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기로 하자 우크라이나가 강력히 반발하며 유엔에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할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핵 배치에 관련해 벨라루스를 인질로 삼은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이 사안이 벨라루스 내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날 유엔이 안보리 회의를 소집해 러시아의 핵 위협에 공동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중국·프랑스를 포함해 유엔 안보리가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처를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비난했다. 그는 "크렘린이 벨라루스를 핵 인질'로 삼은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벨라루스 사회에서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대화할 것이고 벨라루스 내부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보좌관으로 러시아에 대한 비난 글을 올려온 미하일로 포돌리아크는 "(푸틴 스스로) 패배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블로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날(25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 배치에 대해 "동의했다"며 오는 7월1일까지 전술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유럽 나토 동맹국에 오래전부터 해왔고, 핵확산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러시아의 핵무기 국외 배치가 실현될 경우 이는 1990년대 중반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1991년 옛 소련 붕괴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 등 신생 독립 4개국에 핵무기가 배치됐다. 이후 각국이 러시아로 핵탄두를 옮기는 데에 동의함에 따라 1996년 이전이 완료된 바 있다.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에서 자국 내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등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오고 있다. 다만 벨라루스는 작년 10월부터 러시아군의 국경 지역 주둔을 허용하고 연합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가능성은 부인한 바 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달 자국 뉴스통신사와 인터뷰에서 "우리 영토가 침략 당했을 경우에만 러시아와 함께 벨라루스 영토 안에서 싸울 준비가 돼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