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신흥국 금융사” 전세계 ‘뱅크데믹’ 공포

SVB·CS 이어 獨 도이체방크도 위기설 전문가 “한국·홍콩 등 다음 타깃 우려" 금융당국 “영향 제한적” 시장 달래기

2024-03-27     이광표 기자
글로벌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시작된 금융시스템 위기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CS)를 무너뜨렸고, 지난 주말에는 독일 최대 투자은행(IB)인 도이체방크로 불시가 옮겨붙으며 은행 부실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처럼 빠른 속도로 전 세계 곳곳을 강타하는 '뱅크데믹(은행과 팬데믹의 합성어)'이 감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도이체방크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전날 종가 대비 14.8% 폭락했다. 도이체방크는 각종 스캔들 속에 구조조정 위기를 거쳤지만 2019년 이후 재무건전성이 건강한 은행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스위스 1위 투자은행 UBS가 CS를 전격 인수하면서 170억 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인 AT1(코코본드)이 전액 상각 처리돼 휴지 조각이 된 것이 시장 공포를 증폭시켰고 AT1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도이체방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대형은행 씨티그룹은 “비이성이 지배한 시장이 희생자를 찾고 있다”며 은행 위기 공포가 건강한 은행까지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촉발한 은행 위기가 상대적으로 건강한 독일 도이체방크에까지 미친 것은 투자자 공포가 극에 달했음을 알리는 방증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스위스 1위 은행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과정에서 약 170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 코코본드(조건부 전환사채)의 일종인 AT1이 모두 상각 처리돼 휴지조각이 되면서 또 다른 불씨로 남았다. AT1 발행이 집중된 유럽은행, 그중에서도 CS처럼 구조조정 위기를 겪은 도이체방크가 ‘다음 위기 은행’으로 지목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SVB에서 시작된 시장 변동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퍼지면서 우리나라와 홍콩 등 신흥국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그물망처럼 얽힌 금융시스템 특성상 금융선진국 은행의 위기는 신흥국에 환율 절하, 채권 스프레드 확대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권은 펀더멘털이 양호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며 달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주부터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등 금융회사에 대한 입출금 동향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예금자들의 움직임이 없으며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금리 등에 조금 더 민감할 수 있는데 오히려 예금이 늘어난 곳도 있다”며 “실시간으로 은행 등 금융회사의 입출금 동향을 체크하고 있으며 현재로선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SVB 파산 사태 이후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 미칠 영향을 크지 않다고 전했다.

한은은 "글로벌 은행들의 신용 위기가 커졌지만 국내 금융시장의 영향은 크지 않았다"며 "글로벌 금융불안 우려가 진정되고 국내 금융시장내 위험회피 심리 확산도 제한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