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3조 배당·성과급 잔치 ‘뭇매’
본업 수익 부진 속 대출 늘리고 비용 줄여 실적 개선 금감원, 보수 체계 점검…과도한 지급 자제 등 요구
2023-03-27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카드회사들이 영업환경 악화를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작년 3조 원에 달하는 배당과 많게는 수십억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카드회사를 대상으로 임원의 성과 보수 체계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점검을 벌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과도한 성과급 지급 자제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카드회사의 지난해 현금 배당액은 삼성카드가 2667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카드(2566억 원), KB국민카드(2000억 원), 우리카드(408억 원) 순이다. 배당 성향은 국민카드가 52.8%로 가장 높았고, 삼성카드 42.9%, 신한카드 40.01%, 우리카드 20% 수준으로 나타났다. 배당뿐만 아니라 임직원 성과급도 수십억 원에 달했다.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이사가 상여금 10억1500만 원을 포함해 연봉 18억600만 원으로 가장 많이 받았고, 신한카드도 임영진 대표이사에게 연봉 12억1700만원(상여금 6억1700만 원)을 지급했다. 카드회사의 배당과 성과급 지급은 각 회사 성과에 따른 영향이지만, 전반적인 업황을 고려하면 ‘불황 속 호황’이라고 평가받는다. 카드회사의 작년 실적을 보면 가파른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 여파로 인해 순이익은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KB국민·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 등 8개 전업계 카드회사가 거둔 순이익은 2조60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76억원(4.0%) 감소했다. 금리 상승 여파로 이자 비용이 8254억원 늘고, 대출 부실 우려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액 증가 비용이 4503억 원 증가한 게 비용 부담에 영향을 미쳤다. 카드회사들은 그간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위축과 카드수수료 인하 등으로 인해 본업 수익이 부진했다. 그러나 카드론이나 리볼빙 등 대출성 상품의 이자 수익확대로 실적을 방어해 왔다. 여기에 임직원 희망퇴직 실시와 할부 기간 단축, 할인 혜택 등 마케팅 비용을 줄여온 것도 수익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올해는 전반적인 경영 환경이 좋지 않고 금융당국의 강력한 경고까지 받은 상황이라 성과급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신업계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한계 차주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대손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지고 있어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도 현재 카드회사에도 과도한 배당을 자제하고 자금 시장 불안에 대비해 자본 확충 등 손실 흡수능력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카드회사가 최대 연봉의 6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도 문제지만 과도한 배당은 자본 건전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배당을 많이 하려면 위험가중자산 비중을 낮춰야 하므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중·저 신용자에 대한 신용공여가 불가능해진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금융회사의 성장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