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글로벌 기술대전 속 생존전략 구축해야

美中 자국내 기술 확보에 주력… 韓 대응 미비 기업 간 기술 유출 전쟁 심화… 기술 보호 조치 마련돼야

2023-03-28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전 세계 각국이 원천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강대국의 보호무역 및 기술탈취로부터 국내 기업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반도체, 전기차에 이어 바이오 관련 제품에 대한 ‘현지 생산’을 강조하며 자국내 기술 확보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산업의 경우 최근 부쩍 성장한 중국과 인도, 한국의 생산 역량 및 기술을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현지 언론에 의하면 미국 상무부는 5년 내 모든 원료의약품 25% 이상을 생산할 수 있도록 바이오제조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며, 20년 안에 자국 내 화학물질 수요의 30%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원료의약품은 중국과 인도 등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을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또한 바이오의약품 전문 시장분석기관 바이오플랜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전 세계 시설별 바이오의약품 생산 용량 순위 중 1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송도 1캠퍼스)다. 미국 현지 제약사 A사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이제까지처럼 생산을 아시아 국가에게 맡긴다면 향후 자국 내 관련 기술이 쇠퇴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사태에 타국이 의약품 생산을 무기화 하는 것에 대한 대비책이며, 현지 기업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또한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기술 확보 정책을 확대하는 중이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바이오산업 자립을 위해 지난 5월 '제14차 5개년 생물(바이오) 경제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외국산 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하지 않았고 결국 mRNA 백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수요가 높아진 한국산 보톡스 수입을 억제하고, 자국산 제품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와 드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특히 전기차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 차량 구매시 보조금 지급, 해외사 배터리 보조금 축소 등 정책을 통한 외국 기업 진출 억제로 자국의 기술력을 극대화했다. 반면 국내는 외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상태다. 한동안 국내산 전기차 배터리 도입을 통제했던 중국과는 달리, 국내서는 중국산 전기차에게도 구매 보조금 혜택을 주고 있다. 또 미국의 바이오 산업 주도권 확보 정책에도 구체적인 대응책은 없는 상태다. 오히려 삼바와 셀트리온 등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 기지를 확보하겠다”며 자구책을 마련하는 상태다. 선진국들이 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에 나선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동종 기업 간 기술탈취가 빈번해 기존에 갖고 있는 기술 조차도 소실할 위기에 처해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최근 롯데헬스케어의 개인 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가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제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정부는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중소기업의 피해 구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탈취 기업에게 5배까지 손해를 배상하도록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소기업 기술유출 및 탈취 피해금액은 2827억원이며 피해 건수는 280건이다.

의료기기 스타트업 C사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은 기형적인 형태로 변질됐다. 기술로 먹고사는 기업은 규제와 기술 유출로 다 죽고, 플랫폼사들만 살아남는 판”이라며 “잘 만든 기술은 나라의 100년 미래를 만든다. 이대로라면 글로벌 시장에 명함을 내밀 수 없는 제조기업 하나 없이 내수용 서비스 회사만 넘쳐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