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갈수록 커지는 기술격차…양극화 앞당긴다
기술력·인재 여력 부족한 中企 ‘불리’ 경쟁력 확보 위해선 전폭적 지원 필요
2023-03-28 김혜나 기자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신기술의 발전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양극화를 앞당기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해당 기술들은 사회 전반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오고 있다. 이에 전 세계 국가들은 치열한 ‘기술 대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데이터 분석 미디어인 토터스인텔리전스(Tortoise Intelligence)의 글로벌AI지수 조사에 따르면 국가별 경쟁력은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 이스라엘, 싱가포르, 한국 순이었다. 한국은 5위에서 7위로 작년보다 순위가 두 계단 하락했다. 이는 AI인재, 인프라, 연구력, 국가전략 등을 기준으로 AI 경쟁력을 평가·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성장 격차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기술력 및 인재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디지털 기술 격차는 더욱 부각된 바 있다. R&D 규모 역시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지난해 말 기업연구소 보유 500개사를 대상으로 ‘2023년 R&D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견·중소기업은 R&D 투자 확대(중견 10.9%, 중소 18.9%)보다 축소(중견 25.9%, 중소 29.2%)할 것이라는 응답률이 더 높았다. 연구인력 채용 역시 확대(중견 14.3%, 중소 12.4%)보다 축소(중견 25.9%, 중소 20.5%)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개발 이후에 드는 유지비용도 문제다. 최근 화두가 된 생성형 AI를 대표하는 LLM은 초거대 모델이다. 학습시키고 유저들의 요구에 대응하는 데 기존 AI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 연산량이 대폭 증가해 그래픽 처리 장치(GPU)와 에너지 소모량이 크게 늘어난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존 헤네시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챗봇(Chatbot) ‘바드’로 유저들의 질문에 대응하려면 현재의 키워드 검색 방식보다 비용이 약 10배 더 소모된다고 공개한 바 있다. 업계는 이처럼 초기 개발부터 유지까지 소모되는 비용은 지원사업 또는 외부 투자 없이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어렵게 신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유지비용이 부족해 서비스 운영이 어려워질까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보호체계 구축이 먼저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도 기술 탈취 문제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제조업의 상대적인 소외도 우려되고 있다. 신기술 개발과 접목이 아닌, 기존 기술의 보완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앞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이가 있어왔는데, 이는 각 업장의 환경과 인력의 연령대별 차이로 인한 간극”이라며 “신기술 개발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따라가기 어려운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