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보복 검토엔 "긴장 완화해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이른바 '제5차 중동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란에 '제재'를 가함과 동시에 이스라엘엔 '자제'를 당부하는 등 관리에 나섰다. 이란에 페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이스라엘을 달래 확전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8일 복수 외신에 따르면 이란에 대한 미국의 신규 제재는 미사일과 정예군인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공습한 이란에 대해 며칠 내로 신규 제재를 부과할 계획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을 포함한 동맹과 파트너들, 그리고 의회 양당 지도부와 포괄적인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이날 국제통화기금(IMF) 춘계 총회 기자회견에서 "수일 안에 이란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를 채택할 것으로 전적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 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에너지 관련 경제 제재를 시사했다.
EU도 이란에 대한 발 빠른 제재를 결정했다. 로이터 통신은 17일 EU 27개국 정상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생산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특별정상회의 이후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회의에서 "우리는 대이란 제재를 가동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우리가 보내고자 하는 분명한 신호"라며 "드론과 미사일 생산에 필요한 업체들을 겨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U 등 서방 국가들은 이미 수십 년간 이란에 여러 건의 제재를 시행해 왔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제공되는 이란산 드론과 관련해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서방이 이처럼 속도감 있는 이란 제재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무력 보복'까지 염두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13일 이란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드론과 미사일 300여기를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하자,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군사력을 동원한 직접 보복까지 검토에 나섰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자제 압박에 당장 보복을 유보했지만 "보복 공격 자체는 이미 결정됐으며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EU의 제재는 이란에 대한 서방의 규탄 의지를 보여 이스라엘의 보복 수위를 최대한 낮추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EU 정상들은 이스라엘 지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재반격'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 대응은 안 된다고 지적했고,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도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이스라엘에 다시 공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