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밸류업 포기 선언인 도이치모터스 불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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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밸류업 포기 선언인 도이치모터스 불기소
  • 서효문 기자
  • 승인 2024.10.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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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문 금융·증권부 차장

올해 금융권을 관통한 키워드는 ‘밸류업’이다. 정부는 금융시장과 투자자간 신뢰를 높여 저평가를 받은 기업주의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로 지난 5월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시행됐지만 17일 밸류업 프로그램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발표가 나왔다. 이날 검찰이 발표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불기소 결정했다.

검찰은 김 여사 명의 계좌 3개가 주가조작에 이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과 공모했다거나 이들의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의 명의 계좌 6개에서 고가매수·통정매매 등 이상 거래가 발생했지만 “가담하지 않았다”며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줬다.

해당 발표에 적극적으로 반발해야 하는 당사자인 금융감독원장의 태도도 ‘밸류업 무력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같은 날 진행한 ‘2024년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불기소에 대해 “답변할 위치가 아니라”라고 답했다.

답변할 위치가 아니라고 말한 이복현 원장에게 이렇게 반문해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해당 내용에 대해서 누가 답변을 해야하는 것인가?”라고 말이다. 금융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적발하고 조치하는 금감원의 수장이 아니면 누가 해당 발표에 따른 추가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윤석열 정부의 인사인 이복현 회장이 해당 발표에 대해 답변을 못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바도 아니다. 그렇지만 공직을 수행하는 공무원이 정치적인 이유로 답해야할 것에 대해서 답하지 않는 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

결론적으로 해당 발표는 시행 약 5개월인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의 존재 의미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앞서 설명했듯이 금융시장과 투자자간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가 고스란히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통정매매가 이뤄졌다고 확인한 계좌 주인을 ‘혐의 없음’으로 처리하는 정부기관의 행정에 ‘신뢰’라는 단어는 더 이상 꺼낼 수 없다.

금융시장 질서를 교란했다는 무거운 증거들이 나왔지만 해당 인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이번 행태로 인해 우리는 더 이상 외부 투자자들에게 “믿고 주식시장에 투자하라”라고 말할 수 없다. 어느 투자자가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인사를 아무런 처벌 없이 면죄부를 주는 정부와 그 나라의 금융시장에 대해 신뢰를 보낼지 의문이다.

올해 초부터 본격화된 금융사들의 ‘밸류업 공시’ 역시 공염불이 됐다. 4대 지주를 중심으로 금융권은 올해 자사주 매각, 분기 균등 배당을 통해 투자자들의 권익을 강화하겠다고 밝혀왔다. 검찰 발표로 인해서 더 이상 이들의 밸류업 강화 노력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수준으로 전락했다.

검찰 발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취지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서 취임 이후 꾸준히 해외 순방을 실시했다. 외부 투자 유치는 그가 말하는 국익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불기소 판결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외교가 아닌 ‘외유’라는 것을 명확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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