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성지 기자 | 나는 종이빨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종이빨대는 환경을 지키자는 취지로 탄생한 물건이지만 정작 플라스틱 빨대보다도 온실가스를 많이 유발한다. 그렇다고 빨대는 필수품도 아니다. 반드시 빨대를 사용해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시간이 지나자 결국 종이빨대는 ESG 활동을 가장한 마케팅활동인 ‘그린워싱’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바야흐로 지금은 인공지능(AI)의 시대다. ESG가 유행하던 때 그린워싱이 기승을 부렸다면 최근 광고에서는 AI워싱을 자주 접할 수 있다. AI워싱은 실제로는 AI와 무관하지만 AI 기반의 제품이나 서비스인 것처럼 거짓으로 홍보하는 행위를 일컷는다. AI가 적용됐다지만 정작 소비자가 느끼는 변화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AI는 혁신적인 기술이지만 근간은 새롭지 않다. 빅데이터 분석, 머신러닝(ML)과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기술들이 융합·발전되며 탄생된 기술이다. 대중은 AI라 하면 이세돌과 바둑을 두던 알파고나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를 떠올린다. 적어도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의 데이터를 도출하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 AI가 적용됐다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큐레이션 시스템 수준이다. 일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 행동을 예측하거나 추천하는 선에 그친다. AI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 초기 개발단계에서는 대중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지만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AI 제품에 대한 기피가 생기고 해당 기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기업은 AI 기술과 관련해 과장 광고를 하기보다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해 AI를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매출을 늘릴 수 있고 투자자에게는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기업은 눈앞에 이익과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도 사이에서 선택을 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AI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그동안은 국가 전체의 AI 컨트롤타워가 부재했지만 지난달 대통령 직속 ‘인공지능국가위원회’가 출범했다. 정부 차원에서 AI에 대한 기준을 확립하고 진흥과 규제의 적절한 균형을 맞춰 올바른 방향으로 AI가 개발·활용될 수 있도록 이끌길 기대한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그린워싱에 속지 않는다. 단순히 친환경 물품 구매하는 것보다는 책임의식을 함양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이 친환경에 도움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기업의 투명성에만 의존하지 말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AI 워싱에 속지 않고 AI가 주는 특권을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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