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안 열린 미 대선...금리·채굴·ETF 수요도 관건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1개 가격이 5만3000달러대까지 하락했던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V자' 반등을 하며 6만8000달러선까지 회복했다. 7만 달러 돌파 기대감을 키우며 불장의 조짐이 다시 감돌고 있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고,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이 유입되는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 확률이 올라간 것을 강력한 호재로 꼽았다.
실제로 최근 비트코인(BTC) 시세 전망을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8일 오전 7시 기준 비트코인은 개당 6만8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은 7만 달러 돌파를 목전이 뒀지만, 시세가 하락 전환한 바 있다.
최근엔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수혜가 예상되는 자산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미국 블록체인 기반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은 10월 22일 해리스 당선 가능성을 34%,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66%로 전망했다. 트럼프는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대표 반(反)코인 인사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친(親)코인 정책을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김승민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 아래에서 SEC와 겐슬러 위원장이 가상자산업계를 압박한 것에 대한 반감을 의식하고 전략적으로 친가상자산 행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미 대선의 뚜껑이 아직 열리지 않은 시점에서 섣부른 낙관은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코인리더스 보도에 따르면 코인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25일(현지시각) 비트코인이 '7만 달러'를 돌파하지 못한 이유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첫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비트코인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둘째, 미국 대선 결과가 비트코인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높은 규제를 선호하는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지털 자산을 기존 금융 시스템에 통합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셋째, 채굴업계의 수익성 문제도 부담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물 비트코인 ETF의 수요가 예상만큼 빠르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 고액의 거래소 보유 비트코인 물량과 관련해 ETF 수요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매도 압력으로 인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7만 달러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 채굴 수익성 개선, ETF 수요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변동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거란 기대가 나온다. 비트코인 옵션거래가 시작되면 기관투자자 수요는 더 커진다. 이에 비트코인 ETF 누적 현금 흐름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10월 22일 “10월 14일 하루에만 5억5590만 달러(약 7680억 원)가 순유입된 데 이어 이후 비트코인 현물 ETF 누적 순유입 규모가 25억 달러(약 3조46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순자산 258억 달러(약 35조6600억 원) 규모의 세계 최대 비트코인 현물 ETF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에도 최근 한 달간 15억 달러(약 2조 원) 자금이 유입됐다. 비트코인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가 본격적으로 진입하면 시가총액이 커지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가격 변동성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반감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4월 반감기 이후 본격적인 상승이 나타날 시점이 도래했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은 4년마다 발생하는 반감기 이후 6개월 시점부터 상승세가 강해지는 흐름을 보였고, 1년~1년 6개월 사이 단기 고점을 기록했다.
김승민 센터장은 “2012년, 2016년, 2020년 모두 비트코인 반감기와 미국 대선이 있었고, 4분기에 비트코인 가격이 유의미하게 상승했으며, 다음 해에 큰 상승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비트코인은 2020년 5월 3차 반감기가 있고 1년 6개월이 지난 2021년 11월 600% 이상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가격도 8600달러(약 1190만 원)에서 6만7500달러(약 9300만 원)까지 치솟았다.
김 센터장은 “트럼프가 취임한다면 그간 가상자산업계를 강력하게 압박해온 미국 SEC의 방향성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 같다”며 “당선 후 새 정부 메시지에 따라 미국 내 비트코인 관련 산업과 토큰화 등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