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자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하고 근현대 역사공원으로 대체하라" 요구
매일일보 = 손봉선기자 | 전몰군경유족회, 미망인회, 정율성공원조성철폐범시민연대가 오늘 광주시청 앞에서 제50차 정기화요집회를 열고 ‘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을 철폐하고 이를 광주 근현대 역사공원으로 변경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집회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이 광주시민에게 "똑바로 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사과할 것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유족회와 미망인회, 범시민연대 측은 지난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이 “유족회와 미망인회와 소통하고 있느냐”라고 질의하자 강 시장이 “수차례 면담했다”라고 답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강 시장의 발언을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지난해부터 수차례 면담 요청을 했지만 단 한 번도 응답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강 시장의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석자들은 강 시장이 지난 국정감사 당시, 광주를 방문한 국회의원들에게 “광주는 공산주의자를 기념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외친 70대 민주당 원로 등 광주시민들을 향해 “똑바로 해!”라고 소리친 사실을 거론하며 이는 시민들에 대한 모욕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범시민연대는 “강 시장이 시민을 개돼지로 보는 모욕적인 태도로 발언했다”며 강 시장이 즉각적인 사과와 함께 발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회 및 미망인회, 범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광주시민에게 모욕적 발언을 한 강 시장의 사과 촉구, ▲정율성 기념사업 전면 철회, ▲정율성 공원 대신 독립과 호국, 민주 역사를 담은 근현대 역사공원 조성, ▲양림동 정율성 거리 명칭 변경과 거리 전시관 철거, ▲광주공원 내 현충탑 주변 보훈 공원 정비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 연평도 포격 당시 전사한 서정우 하사의 모친인 김오복 범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정율성은 공산주의 이념에 충실한 인물로 중공군가와 북한군가를 작곡한 이력을 갖고 있다”라며 “그런 인물을 광주시에서 기념한다는 것이 광주 정신에 부합하는 일인지, 시민의 세금으로 공원을 조성하고 생가 복원까지 하는 것이 옳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정율성은 중국에서 활동했던 공산주의자로, 중화인민공화국의 ‘팔로군 군가’와 북한 군가를 작곡하는 등 공산주의 이념에 충실했던 인물이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의 사기를 높이는 역할을 했던 인물로도 평가받고 있어, 광주시의 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은 오래전부터 반대 여론에 직면해왔다. 광주시는 2018년부터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해 지난해 기반 조성을 마쳤으나, 보훈가족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로 명칭과 콘텐츠 등 사업의 구체적 내용 확정이 지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남 화순의 능주초등학교에서는 정율성과 관련된 벽화 및 교실 이름을 학부모와 동문회의 요청으로 철거한 사례도 있다. 범시민연대는 이번 제50차 정기화요집회를 끝으로 당분간 집회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강 시장이 스스로 결자해지의 자세로 시민의 요구에 응답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나 범시민연대는 강 시장이 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을 지속할 경우 퇴진 운동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유족회와 미망인회는 11월까지 전국에서 화요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집회는 정치적·사회적 민감한 사안에 대해 지방정부의 기념사업과 시민의 목소리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향후 강 시장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