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LG이노텍, 현지 전장용 공장 생산기지 확보 잰걸음
포스코인터·LS전선·두산밥캣도 신공장 건설 북미 교두보 마련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북미 시장의 교두보로 급부상하는 멕시코 공략에 나선다. 멕시코는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대(對)미 수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북미 시장의 핵심 벨류체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맞댄 요충지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른 무관세 혜택과 탄탄한 제조업 인프라, 숙련된 인력 등을 갖춘 글로벌 생산 거점이다. 특히 지난 2일 멕시코 대선에서 여당 후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당선되면서 향후 통상정책의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한-중남미협회와 공동으로 ‘멕시코 대선 이후 통상 정책 전망과 비즈니스 환경 설명회’를 개최해 향후 멕시코의 통상 정책 기조와 현지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주목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 정권의 주요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멕시코는 향후에도 보호무역기조를 이어가면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과정 속 니어쇼어링 기회를 최대한 살려 글로벌 생산거점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할 것으로 산업부는 예상했다.
여기에 증폭되고 있는 미·중 갈등의 최대 수혜국으로도 멕시코는 거론되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수입국 지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지난해 멕시코로부터 수입한 금액은 4756억달러(624조원)였다. 멕시코 수입액이 중국을 제친 것은 2002년 이후 21년 만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가깝고 임금도 저렴해 ‘메이드 인 아메리카’의 수혜도 받고 있다. 중국마저 멕시코를 미국 제재의 우회로로 활용할 정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중 갈등 악화로 중국의 미국 수출 통로가 더욱 좁아진 시점에 중국에서 멕시코로 향하는 컨테이너선 물동량이 급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도 멕시코의 현지 생산거점을 북미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멕시코에 전장용 카메라 모듈 생산기지를 설립한다. 이를 위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멕시코 현지 법인 설립도 완료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북미에도 공급망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법인을 설립했고 카메라 모듈이 가장 먼저일 것 같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은 멕시코 현지 전장 공장 증설에 나선다.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은 “기존 멕시코 전장 공장이 3000평쯤 되는데 지난해 3만평 규모의 부지를 사 인허가를 받아 건물을 짓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구동모터코아 멕시코 제1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제2공장 착공에 나선다. 포스코인터내셔널 2공장은 지난달 착공을 시작해 내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멕시코 2공장이 준공되면 2030년까지 1·2공장 합산 연 250만대 생산체제가 완성된다. 특히 멕시코 2공장은 지난해 9월 수주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향(向) 구동모터코아 272만대 공급과 북미 고객사의 현지생산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필수 생산기지로의 역할이 기대된다.
LS전선은 멕시코에 대용량 전력배전시스템인 버스덕트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 멕시코 중부 케레타로주 산업단지의 약 12만6000㎡(약 3만8000평) 부지에 연면적 1만6800㎡(5082평) 규모로 짓는다. 올 하반기 착공해 2025년 상반기 준공 예정이다. LS전선은 케레타로 공장을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에 대한 수출기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은 전기차 부품 자회사 LS이모빌리티솔루션도 최근 멕시코 두랑고 지역에 EV릴레이 500만대와 배터리 차단 유닛 40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준공했다.
두산밥캣도 북미 시장의 건설장비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멕시코에 신공장을 짓는다. 두산밥캣은 약 4000억원(3억달러)을 투자해 6만5000제곱미터(2만평) 규모의 공장을 2026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할 예정이다. 이 곳에서는 두산밥캣의 스테디 셀러인 ‘M-시리즈’ 소형 로더를 생산해 북미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멕시코 신공장이 가동되면 두산밥캣의 북미시장 로더 제품 생산능력은 지금보다 약 20%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