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현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가운데 14일 국회 여의도 앞은 집회에 참석한 대규모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
이날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도로 이뤄진 이번 집회는 주최 측 100만명 이상, 경찰 측 20만명(비공식)으로 집계했다.
집회는 20‧30 젊은층이 다수 붐비면서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현장에는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유정석 '질풍가도', 블랙핑크 로제 '아파트' 등 인기 가요들이 울려 퍼졌다. 또 참가자들의 손에는 촛불보단 야광봉이나 직접 만들어온 팻말들이 자리했다.
3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당시에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며 "이번 집회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화들이 자리매김하면서 다가가기 편했다"라고 말했다.
2008년 광우병 집회부터 참석했다고 밝힌 50대 여성 직장인 B씨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나와줘서 고맙다"며 "과거 집회와 달리 이번 집회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나 춤 등을 보여줘 더 큰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젊은층이 이번 집회 현장에 집중 참여한 데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20대 여성 프리랜서 C씨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으로 국민들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줬다"며 "계엄령으로 소중한 내 주변인들이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오후 5시께 국회 내 표결이 끝나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집회 현장에선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왔다. "국민이 이겼다", "대한민국 만세", "드디어 가결" 등 집회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이번에 수능을 갓 끝 마친 10대 여성 D씨는 "윤 대통령의 실정들로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라며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했다.
K-시위에 대한 외신들의 긍정적 평가도 쏟아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의원들이 투표하는 동안 국회 밖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은 불안감에 휩싸였지만, 결과가 발표되자 분위기는 금세 승리의 환호로 뒤덮였다"면서 "스피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시민들은 무료 음식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윤 대통령 탄핵 지지 집회에 등장한 응원봉 등을 소개하며 "K팝은 새로운 시위 현상의 중심에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의료계는 윤 대통령 탄핵 요구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했다. 임현선 서울시의사회 수석부회장은 14일 <매일일보>에 "혹시 모를 건강과 안전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현장에서는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거나 핫팩등을 무료로 나눠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