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상장(IPO)은 자본 조달과 신뢰도 상승, 해외 투자자 확보 등 여러 방면에서 장점이 있다. 스타트업 사이에서 상장은 성장을 증명하고, 투자를 회수(엑싯)할 주요한 방법 중 하나다.
반면 단점도 있다. 주주가 생기면서 여러 이해관계로 의사결정의 독립성이 제한될 수 있고, 경영권 약화 가능성도 있다. 주주들이 주가 상승과 배당 수익을 원함에 따라 장기적 목표 수립보단 단기적 이익 실현의 압박을 받는다. 그만큼 상장을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내놓으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법 제382조 3항에 명시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의 이익 보호’에서 ‘회사·주주의 이익 보호’로 바꾸자는 의견이다. 한국 기업의 주식이 해외 유사 기업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를 해결하겠다는 이유다. 재계의 반발은 거세다. 추진 중이던 상장을 재검토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비상장기업 23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의 36.2%는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될 시 계획을 재검토 또는 철회할 것이라 답했다. 법 개정 시 상장을 기피하는 이유는 ‘주주대표소송 및 배임 등 이사의 책임 가중’(70.8%), ‘주주 간 이견 발생 시 의사결정 지연’(40.4%), ‘경영 보수화 우려’(37.3%) 등이 꼽혔다. 이익상충시 주주이익에 기반한 이사결정 확대(24.2%)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정부는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자 이달 초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을 발표했다. 적용 대상을 상장법인으로 한정해 비상장 회사,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상장사는 2400여곳이다. 정부의 중재안 발표에도 중소·중견기업, 벤처·스타트업이 느끼는 압박은 여전히 크다. 상장을 하는 순간 주주 충실 의무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중견기업계에선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상장에 나설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스타트업계도 마찬가지다. 투자 회수 방법인 상장으로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로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 사이에선 비상장 기업임에도 투자자로 인한 경영권 약화가 풀어야 할 숙제로 거론돼 왔다. 여기에 일반주주의 압박까지 강해진다면 상장에 소극적인 스타트업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상장이 양면을 가진 것처럼 주주 충실 의무 또한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주주의 이익 확보,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 두 가지 숙제를 모두 해결할 답을 찾는 건 어렵겠지만, 적어도 법이 도약을 꿈꾸는 기업들의 의지를 가로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