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정치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소리소문 없이 야당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국내 전세 시장의 종말을 알릴 뻔했다.
비록 현재는 법안 자체가 철회됐지만, 국내 전세시장을 보는 국회의원들의 그릇된 시각이 서민주거 안정을 크게 흔들 수 있었던 사례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사안이라 사료된다.
부동산시장 입장에서 보면 정치적 불확실성이야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지만, 야당이 발의했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비 아파트 전세 종말과 월세 시대 도래 및 지방 소멸 가속화와 수도권 집중화 심화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할 것이 뻔했다.
작년 국회를 방문해 ‘좋은 법안을 만들어달라’고 재능기부로 부동산교육을 한 그 국회의원실에서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더 실망감과 허탈감이 크다. 핵심내용은 계약갱신 청구권을 임차인이 제한 없이 쓸 수 있게 하고 지역별 적정임대료 산정위원회를 설치해 적정임대료를 고시하겠다는 것이었다.
세부적으로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친 즉시 대항력이 발생하고 매매계약 체결일 15일 이내 계약 체결일 이후 발급된 국세와 지방세 납세증명서를 임차인에게 제시하도록 했다.
계약기간 만료 후 보증금 미반환 시 임차인 보증금 대출이자를 지급하도록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문제는 임대인(집주인)이 변경되는 경우 임차인(세입자)에게 통지하고 임차인이 승계를 거부하면 양수인(매수인)은 통지를 받은 2달 이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반환해 줘야 한다.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나 현실적으로 3달도 아닌 2달 이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잔금까지 마무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임차보증금과 선순위 담보권 및 세금 체납액을 더한 금액이 집값 70%를 넘을 수 없도록 한 것은 깡통전세를 막으려는 조치라는 것도 이해한다. 다만 이미 전세가율 70%가 넘어가는 집이면 본의 아니게 역전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진짜 문제는 임대차 갱신 거절 사유 중 임차인 2기 연체를 3기 연체로 바꾸고 1회 갱신요구 청구권을 삭제한 뒤 갱신요구 횟수를 제한 없도록 한 것이다. 임대료 산정위원회를 설치해 적정임대료를 산정하고 분쟁 시 기준으로 하겠다고 한다.
세입자는 월세를 연체해도 봐주고 세입자가 원하면 무제한 갱신을 받아줘야 한다는 것인데 ‘세입자 주거안정을 위해 당연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생각하는 집주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대부분 전세임대사업은 답이 없다고 생각해 월세로 전환하거나 매각 후 똘똘한 지역에 한 채를 보유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다.
엄청난 분쟁이 발생할 것이며 전세임대사업 포기로 전세공급이 급감하며 전셋값은 급등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미국처럼 비싼 월세시대 문이 열리고 똘똘한 지역 똘똘한 한 채 현상 심화로 서울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가 고착하면서 지방소멸이 가속화할 것이다.
잃어버린 30년 일본도 정치가 문제였다. 비록 당장의 고비는 넘겼지만 현장감 떨어지는 정치인들의 잘못된 현실인식으로 인한 부동산 장기 침체와 양극화는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