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현민 기자 | 각종 정쟁으로 22대 국회가 얼룩진 가운데 원내교섭단체 지위요건 완화를 외쳤던 목소리는 어느 순간 사라졌다. 교섭단체란 국회에서 중요한 안건을 협의하기 위해 일정 수 이상의 의원들로 구성된 단체를 말한다. 우리나라 교섭단체의 경우 20명 이상의 국회의원을 필요로 한다.
앞서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군소정당은 줄기차게 교섭단체 구성 완화를 주장해 왔다. 이들은 22대 국회가 민의 훼손, 정치 양극화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3의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교섭단체 구성 완화에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의 소극적 태도로 결국 물 건너가는 분위기이다. 이번 22대 국회 내 의석수를 살펴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각 108석, 170석이다. 의석수 비율을 따져보면 국민의힘은 약 36%, 민주당은 약 56%로 두 거대정당이 합치면 약 92%에 달한다. 반면 비례대표 득표율에서는 국민의미래(국민의힘 위성정당)와 더불어민주연합(민주당 위성정당)이 각각 36.67%·26.69%를 득표했다. 지역구 선거가 있는 걸 감안 하더라도 의석 비율과 비례대표 득표율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선거법은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지 않기에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상당히 훼손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총선에서 24.45%(비례대표)를 득표하고 12석(총 의석 비율 4%)을 차지한 조국혁신당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혁신당은 현행 선거법으로 의석수에서 큰 손해를 봤다. 그러나 교섭단체의 지위를 부여받는다면 이 손해를 일정 정도 만회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여러 가지 혜택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교섭단체는 비교섭단체와 다르게 국회 의사일정 조정, 상임위 간사 선임 등의 권한이 부여된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의 양극화도 뚜렷해지는 지금 원내교섭단체 구성 완화는 필수적이다. 우리 정가는 어느 순간부터 '팬덤정치'로 뒤덮였다. 진보와 보수를 중심으로 한 열성 지지자들은 유사 '아이돌 팬클럽'처럼 느껴지곤 한다. 다만 이들의 비이성적이고 날 선 태도는 정치권 내 불협화음을 가져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볼멘소리를 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양당제의 무한 충돌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다당제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우리 정치도 거대양당 구조가 아닌 다당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다당제가 되기 위해선 힘의 균형추가 맞아야 한다. 만약 힘 있는 새로운 교섭단체 정당이 생겨 거대 양당을 견제한다면 정치 양극화는 어느 정도 희석될 수 있을 것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