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인의 밥심 위협하는 식량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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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인의 밥심 위협하는 식량안보
  • 김혜나 기자
  • 승인 2024.12.0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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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한국인은 밥심(心)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잘 지냈냐는 인사 대신 ‘밥은 먹고 다니니’라고 묻기도 한다. 일상적인 인사로 밥 얘기를 하는 민족은 한국인밖에 없다고도 한다. 여기엔 예로부터 함께 밥을 먹으며 정을 나누던 우리 민족의 역사문화적인 배경이 영향을 줬을 것이다.

이렇듯 중요한 우리의 ‘밥’에 관련해 최근 우려되는 점이 있다. 식량안보 문제다. 우리에겐 잘 와 닿지 않지만, 지구 반대편에선 아직도 기아 문제가 심각하다. ‘2023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기아로 고통받는 인구는 7억3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1억2200만명 늘었다.

팬데믹 외에도, 급격한 기후변화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인해 농작물의 가격 변동성이 커진 탓으로 추측된다. 국제 정서도 변했다. 각국은 자국의 식량안보를 위해 외국으로의 수출을 제한하기도 한다. 결국 식량위기는 일부 최빈국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닌, 모두가 직면하게 될 문제인 셈이다. ‘금배추 대란’, ‘깻잎 한 장에 100원’ 등도 불과 얼마 전 일이다.

그러나 식량안보 대비수준은 미흡한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식량안보지수(GFSI)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조사 대상 113개국 중 39위로 평가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이다.

식량자급률 역시 낮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17년 52%에서 2021년 44%로 크게 줄었다. 가축사료용 곡물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도 동기간 26%에서 21%로 감소했다.

매년 남아도는 쌀로 농민들의 애로사항이 큰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쌀 자급률이 100%를 넘기며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많아졌다. 그러나 밀·옥수수·콩의 곡물자급률은 각각 0.7%, 0.8%, 7.7%에 불과하다. 한국인의 쌀 소비량은 줄고 밀 소비량이 늘고 있으나, 자급률에서 보이듯 밀과 옥수수 등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농작물 수확량 역시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대로는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을 향후 10년 내에 예전같은 모습으로 보기 힘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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