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이상기후 현상이 심상치 않다. 몸소 체감하고 있다. 24절기 가운데 14번째 절기인 처서만 지나면 마법처럼 더위가 가시고 선선해진다는 이른바 ‘처서 매직’도 역대급 늦더위 앞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11월에 접어들었음에도 한낮 기온이 20도를 훌쩍 상회하는 등 완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겉옷 대신 반팔 차림으로 다닌 이들도 적잖게 볼 수 있었다. 역대급 한파가 올 거라는 전망에 코웃음이라도 치듯 평년 보다 더운 가을이 이어진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27일 상황이 급변했다. 올해 첫눈이 내리며 겨울을 시작을 알리면서다. 시야를 가릴 정도로 갑작스런 강설이 불어닥치면서 기상관측 이래 11월 적설 최고치를 찍었다. 이대로라면 당분간 잦은 눈과 비가 오락가락 이어질 거 같지만, 변덕이 죽 끓듯 더위가 찾아오며 날씨가 태도를 또다시 전환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러한 변덕꾸러기 같은 기후 현상은 유통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산물과 가공식품의 원재료 가격을 뒤흔들며 식품업계에 고민거리를 안겨줬을 뿐만 아니라 간절기, 동절기 등 시즌별 의류 판매를 방해하며 패션업계에 기후 재난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국내 주요 패션 대기업 5사 중 유일하게 체면한 유지한 LF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두 덩치와 내실을 챙기지 못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3분기 영업이익이 210억원으로 36.4% 축소했다. 동기간 매출은 4330억원으로 5% 감소했다. 한섬은 3분기 영업이익이 6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4% 쪼그라들었다. 동기간 매출은 3142억원으로 3% 줄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은 3분기 영업이익이 6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4% 떨어졌다. 동기간 매출은 3142억원으로 3% 하락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3분기 영업이익 21억원, 매출 29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보다 각각 65.4%, 6.3% 낮아진 수치다. 물론 이들의 실적 악화에는 계절적 변수를 넘어 복합적 요인이 존재한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소비·투자 심리가 침체한 것도 주효했다. 소비 여력이 줄어들수록 의식주 가운데 우선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항목은 단연 의류다. 그럼에도 그간 4계절이 뚜렷했던 대한민국에 이상 기후 그림자가 엄습하고 국내 패션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느덧 각종 불확실성 극복이 당면 과제가 된 패션업계에게 필요한 것은 사후약방문식 느슨한 전략이 아닌 본원적 경쟁력 활용도 확대와 더불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신사업 발굴이 아닐까 싶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