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통령의 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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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통령의 반말 
  • 조석근 기자
  • 승인 2024.11.2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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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근 정경부장
조석근 정경부장
부산·경남(PK) 사람들이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각별한 애정을 느낀 또 다른 이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투리를 고칠 생각이 없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대한민국 여느 지역 출신들보다 사투리를 못 고친다. 아니 안 고친다. 사투리 자체가 자긍심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고장, 이 동네 출신이라는 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서울 사람들을 상대한다. 모진 삶 속에서 많이 힘겹더라도, 지금까지 살면서 간직해온 내 말투, 사투리만큼은 몬(못) 고친다.  그렇게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한국 창조를 위한 '배나와 개핵(변화와 개혁)'을 강조했고 북핵 해결을 통한 '팽화(평화)'를 말했다. 빌 클린턴을 만났을 땐 대뜸 'who are you?'라고 묻기도 했다. 통역관의 심박 수를 평소 대비 다섯배쯤 높였을 이 뜬금 없는 질문의 이유는 이렇다. "갱상도에서는 오랜 만에 만나면 '이기 누고(who are you?)' 칸데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만남은 반말이라기보다 무례함으로 논란이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2001년 당선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자꾸 '디스 맨(This man)'이라고 김 전 대통령을 지칭했다. '이 사람', '이 양반' 정도 뜻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24년생이다. 아버지 부시(조지 H. 부시) 대통령과 동갑이다. 아들 부시는 46년이다. 전라도 말로 아주 느자구가 없다.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은 여러 모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기자회견 생중계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부정적인 인상을 남긴 대목이 반말이다. 기자회견을 진행한 정혜전 대변인의 "다음 질문을 받겠다"는 언급에 윤 대통령은 "하나 정도만 해, 목 아프다", "더 할까"라고 아주 편안하게 얘기했다.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의 각종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는 자리다. 농담도 아주 조심스럽게 건네야 할 자리에서 대통령실 대변인, 즉 정치권 고위직 인사에게 반말을 건넨 것이 자연스럽게 생중계 카메라에 담겼다. 외신 언론사 사장의 한국어 질문을 "말귀를 잘 못 알아듣겠다"고 면박을 준 장면은 서비스 컷이다.  2022년 이태원 참사 다음날 현장 방문에서 소방 관계자에게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야?", "압사? 뇌진탕 이런 게 있었겠지"라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이 방송 화면에 그대로 노출됐다. 그 반말을 국민들을 향한 소탈함으로 불러야 하나. 7일 기자회견 당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겨냥해 "무엇을 사과한 것이냐" 질문한 기자를 "무례하다"고 응수한 정무수석과 대통령실의 반응도 같은 맥락인가.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은 윤 대통령 본인으로도 번지고 있다. 28일 본회의는 윤 대통령이 거부한 세번째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결 절차를 앞두고 있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민주화에 이바지한 정치적 리더들은 참으로 대단한 인격자였고 놀라운 리더십을 구현했다. 비선실세 의혹에 휘말린 외아들을, 임기말 대규모 게이트에 휘말린 아들들을 사법처리하도록 지시했다. 구구절절 변명하는 대신 그대로 고개 숙였다.

지금 국민에게 누가 무례를 저지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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