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국내 개인 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이 한국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1일까지 개인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3777억원어치 주식을 팔아 치웠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0일 기준 49조8128억원으로 지난 8월 60조원대에서 크게 뒷걸음질쳤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7일 기준 1013억6570만여달러(약 141조7295억원)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시총과 맞먹는 수준이다. 2019년 말 84억달러를 겨우 넘은 미국 주식 보관액은 2022년 말 약 442억달러, 작년 말 680억달러로 빠르게 불어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쏠림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증시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개인 거래 비중이 두 배가량 높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개인 거래 비중이 약 80%다. 코스닥 지수는 올해 상반기 들어 최근까지 157.05포인트(18.69%) 부러졌다. 금융투자소득세로 미뤄 볼 수 있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상장사의 ‘쪼개기 상장’ 등 시장 매력을 떨어뜨리는 이슈를 차치하고서라도 국내 증시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약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 기준 코스닥 상장사 중 적자지속 기업은 316개사로 전체의 27.57%를 차지했다. 적자지속 기업 수는 2022년 228개사, 2023년 298개사에서 3년 연속 증가했다. 전체 대비 적자지속 기업 비중도 2022년 19.45%, 2023년 21.24% 등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상장폐지 사유 발생,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 등의 이유로 현재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된 코스닥 상장사는 64개사다. 매매 정지 기간이 2년이 넘은 곳도 12곳이나 된다.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자본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시 회복력도 낮은 상황이다. 코스피가 석달 전 ‘블랙먼데이’(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 충격에서 벗어나는 속도가 주요 20개국(G20) 중 러시아, 튀르키예 다음으로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물가상승률이 50%에 육박하는 터키의 상황을 감안할 때, 코스피의 회복력은 사실상 G20 중 꼴찌라고 해도 무방하다. 국내 주요 기업 위주의 밸류업도 중요하지만 한계 기업 퇴출 등 전체 시장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가치 제고 방안이 더 필요해 보인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