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26년간 연금개혁 공감대 확인 쳇바퀴
합의 난망··· 고갈·노후 빈곤 확대 우려 증폭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협의체 구성부터 난항을 겪는 가운데 연금 고갈 예상 시점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26년간 9%로 유지된 국민연금 보험료율 조정을 위한 국민연금법을 손볼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2055년이면 기금이 완전히 고갈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부족해지거나 고갈되면 생활 형편이 어려워 연금 납부예외자로 분류됐던 이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등 노후 사각지대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는 물론 윤석열 정부에서도 21대 국회에 이어 제22대 국회 임기 시작 후 반년 가까이 흐른 현재까지 여야는 연금개혁이 시급하다는 공감대만 형성한 채 개혁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국회 막바지에 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가 내놓은 최종 합의점(국민의힘 소득대체율 43%, 민주당 45%)을 '접점 도출 실패'로 매듭짓고 다음 국회 개원 초반에 연금개혁의 마침표를 찍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제22대 국회에선 아직 첫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4일 연금개혁안 발표를 통해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13%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2%로 유지 한편, 세대별 형평성을 고려해 보험료를 차등하고 가입자 수와 기대 여명에 따라 연금 인상액이 조정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발표 이후 두 달 동안 여야 간 논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정부가 내놓은 개혁안이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고 소득 보장액마저 줄어든다는 야당의 거센 반대에 막혀, 협의의 창구조차 찾지 못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소득 부족 등 생활 형편상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납부예외자들은 노후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 김선민 의원실에 제출한 '국민연금 가입자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납부예외자는 294만4252명에 달한다. 납부예외자 수는 매년 줄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가입자(약 2205만명)의 13%에 이르고 지역가입자(약 664만명, 개인사업 등)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들은 납부예외로 인정된 기간 만큼 노후에 수령하게 될 연금액이 줄어든다. 심지어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120개월)을 채우지 못하면 연금 형태로도 받지 못할 수 있고, 노후 일자리 여부 등에 따라 빈곤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기존 연금의 재정 부족 규모가 커질수록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얻는 것은 어려워질 것"이라며 "개혁이 늦어지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는 만큼 조기에 추진될수록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