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우크라이나 전장(戰場)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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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우크라이나 전장(戰場)이 부른다
  • 조석근 기자
  • 승인 2024.10.3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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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근 정경부장
조석근 정경부장

2001년 9월 11일.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로 민항기 두 대가 충돌했다. 미국 그 자체를 상징하던 거대한 마천루가 무너져내렸다. 사람들은 경악할 틈조차 없었다. 다른 민항기가 미국 국방부 청사를 들이받았다. 역사상 최악, 최대 규모의 테러 '9·11 테러'다.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명분은 확고했다.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이다. 작전명 '항구적 자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은 한 달여 만에 무너졌다. 부시 행정부는 폭정의 종식과 민주주의를 말했다. 새로운 민주 정부를 구성하고 2011년 마침내 9·11 테러의 배후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 전쟁은 10여년 더 이어졌다. 2021년 비로소 전면 철수가 이뤄졌다. 그래서 이 긴 전쟁의 결과는?

탈레반이 다시 아프간 전역을 장악했다. 아프간은 다시 신정국가로 돌아갔다. 여성의 모든 사회적 지위는 사라졌다. 20년의 전쟁으로 23만 명이 죽었고 500만 명의 난민이 생겼다. 물적 손실은 1100조 원에 달한다.

부시 행정부는 한 개의 전장으론 만족할 수가 없었다. '불량국가'들을 단번에 정리하고 싶었다. 대량살상무기(WMD)를 숨겨두고 있다는 이유로 2003년 이라크를 전격 침공했다. 후세인 정권은 맥없이 무너졌다. WMD가 있었다면 사담 후세인이 미군 특수부대에게 마치 짐승처럼 '포획' 당한 채, 목이 매달려 죽진 않았을 것이다.

아프간, 이라크 정권의 붕괴로 중동 전역에서 ISIS를 위시한 수많은 반미 테러집단들이 탄생했다. 전쟁으로 인한 재정난은 심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부시 행정부는 제대로 대응조차 못했다. 수많은 미군 사상자와 그들의 PTSD는 덤이다. 덕분에 버락 오바마와 민주당이 정권을 가져갔다.

미국은 초강대국이다. 가장 부유한 국가로 가장 막강한 군대와 풍부한 전쟁경험을 갖췄다. 그런 미국에게도 전쟁은 위험한 도박이다. 전투의 승리가 전쟁의 최종 승리로 귀결되지 않는다. 손실도 이득도 예측불허다. 무수한 인명과 물자만이 소멸한다.

우크라이나 전장이 한국을 부른다. 지난 18일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파병을 기정사실화했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마치 옆나라처럼 느껴진다. 북한군 1만 명이 러시아 쿠르스크로 이동한다고 한다. 아니 이미 했다고, 거의 실시간 보도가 이뤄진다. 파병 북한군이 막강한 특수부대라고 할 때는 언제고 못 먹어서 비실댄다, 총알받이다, 곧 탈영한다는 우크라이나발 보도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북한의 '전투 경험치'가 높아지는 만큼 우리도 이참에 '실전'을 겪어야 한다는 것일까. 정부가 미국과 나토는 물론 우크라이나와 '전쟁 지원'을 아주 자연스럽게 논의한다. 국정원과 군 요원들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이 파견된다고 한다. 아직 역할도 불분명한 북한군의 '포로 심문'과 귀순 작업까지 언급된다. 이미 다 이긴 전쟁 같다.

분명한 사실 하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축은 북한이 아니다. 러시아다. 부산엑스포 119대 29 '석패'와 '졌잘싸' 위로, 보이스카우트 축제 잼버리 중도 포기. 세계가 이미 인정한 외교력, 정보력, 행정력을 자신하는 것인가. 타국의 분쟁에, 그것도 강대국의 전쟁에 끼어드는 것, 정부는 과연 감당할 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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