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정부가 올해 30조원에 달하는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주택도시기금 등에서 16조원을 동원한다고 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해 국채를 추가발행하지 않는 대신 정부 내 가용재원을 우선 활용하기로 했다”며 “복지·일자리 등 민생·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최대한 차질없이 집행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올해 국세 부족분을 국채를 발행 않고 정부 내 ‘여윳돈’을 끌어 오겠다는 심산이다. 2년 연속 역대급 세수 결손이 이어지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가 기금으로 돌려막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통상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경우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지만 이렇게 되면 시중의 돈이 빨려 들어 오면서 통화의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현재 통화 당국의 긴축 완화 기조와 대치되는 것으로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또 국채를 발행할 땐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기금의 전용은 정부의 결정만이 필요한 만큼 절차도 간편하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방안’을 보면 구체적으로 공공자금관리기금, 외평기금 등에서 14조~16조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외평기금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손바닥 뒤집 듯 , 결국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외평기금에서 4조~6조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정부 비상금으로 불리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4조원,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에서는 2조~3조원을 동원한다. 이외에도 국유재산관리기금 등을 통해 3조원 내외의 재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외환시장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평기금에서 20조원을 끌어썼는데, 올해도 손을 댄다. 또 무주택 서민의 주거복지 사업에 쓰이는 주택도시기금도 전용하려 한다. 특정한 조성 목적 있는 기금은 정부가 돌려 막을 수 있는 ‘쌈짓돈’ 성격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편법 재정 운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세수 오차를 막아야 한다. 세수 오차 규모는 올해 30조원, 지난해에는 60조원에 달한다. 세수오차는 최근 4년 연속 발생했다. 세수 예측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