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 및 가스가 잠들어 있다는 내용의 국정브리핑 직후 시끌시끌하던 때다. 당시 모 건설업체 임원과 식사를 하면서 암울한 국가경제 미래를 논하게 됐다.
자원 하나 나지 않는 나라에서 믿을 것이라곤 맨파워 밖에 없었고, 이것으로 어떻게든 세계무대에서 기적에 가까운 성과를 내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해외에서도 한국을 지목할 정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건설업을 포함한 한국의 주력산업들은 대부분 외부변수에 취약하다. 선진국들은 자국보호주의로 똘똘 뭉치고,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들은 무서운 기세로 경제 및 산업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 한강의 기적은 더 이상 ‘진행형’이라기보다는 신화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런지 그 임원은 사업성 검증이니 역술인 논란은 둘째치고서라도 ‘반드시 석유가 나와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더랬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백번 천번 공감이다, 다만 국가경제와 연결된 일에는 간절함과 희망도 어느 정도 냉철한 현실적인 분석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따라서 최근 윤 대통령의 행보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따른다. 사업 측면에서 대통령의 산유국 부상 희망이 담긴 대왕고래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은 20% 안팎으로 알려졌다. 즉 실패 가능성은 80% 안팎이라는 의미도 된다. 더욱이 당시는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 등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비판이 쏟아지던 때다. 사업성이 채 검증되지도 않은 사안을 모처럼 공식석상에 나와 직접 발표했다는 것은 국면전환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상당수였다. 그러나 건설임원이 품은 희망처럼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너무 암울해서였는지, 이후 주식시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사업이란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시나리오를 상정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훗날 국민들은 손실과 원망을 누구 책임으로 돌려야 할 것인가.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