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공사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건설사 사이에서 건축법 규제를 피할 수 있는 49층 이하 건축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이앤씨는 서울 상봉터미널 자리에 들어설 더샵 퍼스트월드를 이달 중 분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5개 동 전용면적 39~118㎡ 총 999가구 규모로 특징은 지하 8층에서 지상 ‘49층’으로 이뤄졌단 점이다. 지난 10월 30일 무순위 청약을 시작한 동탄2신도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역시 6층에서 지상 최고 49층으로 지어졌다. 충청남도 천안시 일원에 들어설 힐스테이트 천안역 스카이움(지하 5층~지상 49층)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랜드마크 중 하나인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최고 49층)도 마찬가지다. 건설사간 약속이라도 한 듯 49층 건물이 눈에 띄는 이유는 건축법 규제를 피하기 위함이다. 현행 국토교통부 건축법 시행령 제2조(정의)에 따르면 50층 이상이거나 높이 200M 이상인 건축물은 ‘초고층 건물’로 분류된다. 30~49층 이하 높이 120m 이상 200m 미만은 ‘준초고층 건물’이다. 초고층 건물에 포함되는 50층 이상은 ‘초고층 및 지하 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대한 특별법’이 적용된다. 제14조(피난안전구역 설치기준 등)에 의해 지상층으로부터 최대 30개 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을 1개소 이상 설치해야 한다. 화재 등 재난에 대비하고자 필요한 공간이지만, 한 층에 대한 분양수익을 한 푼도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반면 한 층만 낮춘 49층은 준초고층 건물에 해당해 규제가 느슨하다.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피난층 또는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계단과 직접 연결되는 피난안전구역을 건축물 전체 층수 2분의 1에 해당하는 층으로부터 상하 5개층 이내 1개소 이상 설치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피난층 또는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계단을 설치한 경우 그렇지 않다. 실제 계단을 넓게 설치하면 대피공간을 만들 필요가 없다. 지상으로 연결되는 직통계단과 계단 도중 설치하는 공간 너비를 1.2m 이상으로만 하면 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초고층 건물은 재건축만 하더라도 안전심의 강화로 공사비가 늘어 3.3㎡ 기준 공사비가 40층대는 30%지만, 50층을 넘으면 40% 가까이 늘어난다”며 “한강변 등 프리미엄 없는 지역은 분담금만 늘어 초고층 이점이 적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초고층에 해당하면 지켜야 할 의무 기준이 많아 비용 부담이 훨씬 크다”며 “인허가 사항도 많아지는데 공사 비용은 늘고 기간마저 길어져 50층 미만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사업성이 뛰어난 서울 강남이나 용산 등 몇몇 지역에서는 해당하지 않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무리하게 공사비를 투입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준초고층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꼼수라는 지적도 있지만, 법을 어기지 않으며 규제는 피하는 방법”이라며 “현실적으로 49층 건물을 짓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