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정부의 오락가락 메시지 혼선으로 가계대출 증가와 시장 혼란이 지속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3.5% → 3.25%)를 반영해 속속 예·적금 금리를 0.2∼0.5%포인트 낮추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대 0.1%포인트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10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약 6조 원 늘면서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3년여 만에 최대 폭 증가를 기록했던 지난 8월 증가액 9조 7,000억 원보다는 줄었지만, 추세가 꺾였던 9월 증가액 5조 2,000억 원보다는 큰 규모다.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5대 시중은행 증가 폭은 크게 줄었지만, 2금융권 가계부채가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증가하면서 ‘풍선효과’가 가시화한 것이다. 정부의 가산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과 대출 한도 축소 등 가계대출 조이기로 시중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시중은행의 대출 실행은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 812억 원으로 9월 말 730조 9,671억 원보다 1조 1,141억 원 늘어난 데 그쳤다. 앞선 8월 증가 폭 9조 6,259억 원, 9월 증가 폭 5조 629억 원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하지만 은행권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면서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주요 은행에 비해 4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기준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 원 넘게 늘어나 2021년 11월 3조 원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의 절반은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서 실행됐다. 대규모 아파트 입주에 따른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이 급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제2금융권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어서 경기 침체 때는 대출이 부실화하고 금융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계대출의 불길이 제2금융권으로 옮겨붙은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진 탓이 크다. 금융 당국은 당초에 올해 7월 1일 시행하려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조치를 9월 1일 시행으로 연기했다가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뒤늦게 대출 관리에 나섰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서민 정책대출인 디딤돌대출과 관련해 ‘대출 한도축소 → 한도축소 유예 → 수도권 유예 뒤 축소’ 등으로 냉·온탕을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면서 시장 혼란을 자초했다. 국토교통부는 디딤돌대출 중 하나인 신생아특례대출은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고 대출 규제에 ‘구멍’이 뚫리면서 집값 상승 심리를 자극해 다시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