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힙리적 자본시장법, 일리 있어…그러나 정부·여당 할 리가 없다”
금융투자세 논란 당시 이재명 '폐지' 선회 결단, 상법 개정 논란엔?
매일일보 = 이현민 기자 | 야당의 상법 개정안과 여당의 자본시방법 개정안이 격돌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택에 이목이 쏠렸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두고 대립했다. 앞서 민주당은 상법을 개정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들은 법안 처리 과정에서 공청회를 거치겠지만, 기존 입장을 번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제 지배주주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감시 기능을 강화해 일반주주, 소액주주의 권리도 보장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다르게 정부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비했다. 상장‧비상장 관계없이 규제하는 상법 개정보단 2400여개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에 지배구조 개선 원칙을 두는 것이 현 단계에서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를 도입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이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야당의 입장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입장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고 평했다.
이재명 대표는 "상법 개정을 통해서 이사회의 충실의무 확대, 주주의 평등한 권리보장, 지배경영권 남용 등 제도적 장치들을 정기국회(12월10일)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는 "핀셋조정으로, 특정 규제만으로 가능하다면 굳이 상법을 개정하지 않고 양보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와 여당이 그런 규제를 시행할 리가 없다"라고 발언했다. 즉 자본시장법 개정 자체에 대해 어느 정도 열린 태도를 보인 셈이다.
앞서 이 대표는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도입' 관련 기존 민주당 입장을 뒤집은 바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상법 개정안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입장을 선회할 수 있을 거라고 관측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가 인정한 것처럼 민주당식 과도하고 무리한 상법 개정이 현실화할 경우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가리지 않고 적용된다"라고 했다. 이어 "만약 민주당이 개방된 자세로 정부·여당과 자본시장 개정 논의에 임하겠다고 선언하면 그 자체로 시장에 상당히 긍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상법 개정 처리 시기를 연내로 못 박아 두었다. 이에 따라 자본시방법 개정안을 놓고 정부 여당과 논의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더욱이 민주당 내 기존 지지층들이 상법 개정안 찬성에 힘을 싣고 있어 이 대표가 앞장서서 반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1일 <매일일보>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합리적 자본시장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상법 개정을 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연내 처리를 공언했기에 입장을 거두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