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서별관 회의,정당한 의사결정으로 봐야”
[매일일보 이상래·조아라 기자] 국회가 추경예산 심의가 시작됐다. 11조원의 예산을 두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전망된다. 이에 본지가 새누리당 경제전문가인 김종석 의원과 만나봤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 의원은 경제학 교수·여의도연구위원장을 역임한 경제통이다. 김 의원은 “재정지출은 타이밍이다. 추경안을 신속히 통과해야 경기부강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포퓰리즘적 공약을 내세우는 야권과는 차별화되는 일자리 중심 성장 전략이 당의 기본 경제정책 방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대학교수로 30년을 지내오다 초선 비례의원이 됐다. 소감과 국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30년간 경제학계에서 연구와 후학양성을 통해 경제전문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는데, 학교에서 공부하고 연구한 전문성을 국회의원으로서 나라를 위해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또한 의원이 되기 전부터 애착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여의도연구원 원장직을 충실히 해 경제를 회복시키고 새누리당의 정책개발에 기여하고 싶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원장으로서 어떤 일을 해왔는가?
=여의도연구원은 정책연구, 여론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당의 싱크탱크다.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단순한 정당 싱크탱크가 아니라 명실상부 최고 정책전문기관으로 업그레이드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론조사와 정책 구성 등 당내 주요사업에도 꾸준히 참여했고, 경제와 관련한 세미나와 토론회를 많이 진행했다. 지난해 9월에는 <비전2016위원회>를 발족해 경제, 산업, 외교 등 11개 분야 외부전문가들과 함께 시대상황과 정신에 부합하는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개발 했다.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당 차원의 주요 경제정책 방향은 어떤 것이 있는가.
=포퓰리즘적 공약을 내세우는 야권과는 차별화되는 일자리 중심 성장 전략이 당의 기본 경제정책 방향이다. 앞으로 조세·재정·통화 등 정부의 모든 경제 정책에 일자리 창출 효과에 방점이 찍힐 것이다. 당의 ‘일자리 창출 공약’에서 밝힌 것처럼 GDP 성장률과 같은 단순 수치에 집착하기보다는 실제 고용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규제개혁론자로 알려져 있다. 당장 국회의원 입법 규제영향평가에도 목소리를 냈다. 이번 국회에서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것인지.
=정부가 제출하는 법률안은 규제영향분석을 통한 자체 심사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로 ‘규제 품질관리’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의원들이 발의하는 법안은 규제영향을 분석할 별도의 절차가 없는 상태다. 의원입법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은 생산자인 국회가 담당해야 하는 당연한 의무로서, 결코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제약하는 견제장치가 아니다. 의원입법으로 발생할 규제영향을 분석해 과잉 또는 불량입법을 막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 지난달‘의원입법 규제영향평가 도입을 위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고,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관계부처와 여러 가지 측면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당 공기관의 임직원이나 공무원에 고의, 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권을 도입하자는 주장을 했다.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정확한 결과를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 사이에 책임 질 일은 가급적 안하고, 추궁이 따를 수 있는 정책결정은 회피하려는 소위 ‘변양호 신드롬’이 팽배하고 있다. 공무원이 성실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 불이익이 있는 처분요구를 하지 않는 ‘적극행정 면책제도’가 감사원 훈령에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구조조정 실무자에 대한 면책기준을 법제화해서 무거운 책임으로 할 일을 하지 못했던 실무자들의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관련 서별관 회의 진상규명에 대한 입장
=대우조선해양에 4조 2,000억 원을 지원한다는 것은 산업은행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엄청난 금액이 들어가야 하는데 관계기관이 모여서 정책협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서별관회의는 비밀회의나 음모가 아니라 정당한 의사결정 과정으로 봐야 한다.
-야당의 ‘경제민주화’ 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경제민주화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헌법가치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는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고 경제 약자에게 보다 많은 경제적 기회를 주는 착한 경제민주화가 되어야 한다. 대기업 규제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야당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는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기회 창출과 무관한 오직 대기업 때리기 일 뿐이다.
야권에서 내세우는 소득주도성장론은 주류 경제학에선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다. 소득은 성장의 결과물이다. 어떻게 소득을 올려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없는 것처럼 성립될 수 없는 주장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중요한 건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의 임금을 더 올리는 것은 경제성장 전략이 될 수 없다.
-더민주가 최근 소득세 인상안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공개했다. 법인세 인상안도 검토하고 있는데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11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다 대고 15조원에 달하는 세금 증세는 마치 가습기와 제습기를 같이 틀어 놓는 것처럼 정부의 경기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이미 1억 5000만 원 이상 소득에 대해서는 38%세율이 적용되고, 지방세까지 고려하면 40%의 굉장히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높다. 또 현재 상위 10% 소득계층이 소득세의 80%를 부담하고 상위 1% 기업이 법인세의 90%를 부담하고 있다. 왜곡된 담세구조다. 야당의 주장은 왜곡된 세금 부담 구조를 더욱 왜곡 시키게 될 것이다 . 장기적으로 '넓은 세원, 낮은 세율'로의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조금씩이라도 세금을 내면서 세율을 낮춰야 담세 인식도 높아지고 경제도 활성화된다고 생각한다.
야당의 법인세 주장은 반기업 정서에 올라탄 인기영합주의이다. 법인세 인상으로 인한 부담은 대표적으로 주주, 임직원, 근로자, 협력업체, 저소득층을 포함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법인세 인상은 오히려 투자 위축과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것이다. 불황기에 법인세를 인상했을 때 세수가 감소하거나 불변인 경우는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기가 침체돼있을 때 법인세, 소득세, 재산세 등 어떤 세율이든 올리면 경기위축 효과가 나타난다. 법인세 인상 문제는 경기가 회복된 후에 논의되어야 하고, 지금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경제의 자살골과 같다.
-격차해소와 관련해서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에서도 해결책 모색을 마련하고 나섰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중향평준화’를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거론했는데, 여기에 대한 입장은.
=그 동안 격차해소에 대한 해법으로 경제민주화라는 담론이 지배하면서 우리 사회의 격차는 대기업 때문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머물렀다. 이런 프레임이 격차 해소의 본질을 겉돌면서 성장 잠재력과 일자리 창출을 저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준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임금격차를 줄이고 가운데로 모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향평준화가 격차해소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다만 통과를 두고 여야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추경 통과가 지연되면 추경사업 집행이 하반기로 넘어 갈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 재정지출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경제가 완전히 가라앉은 후 돈을 풀어봐야 소용이 없다. 특히 이번 추경 예산이 통과되면 6만8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정부는 기대하는데, 일자리 창출과 경기부양을 위해 신속하게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