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이미 새어 버린 것일까.
정부가 분당급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거론됐던 후보지역의 땅값이 급등하는 등 후보지역의 투기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일부지역은 ‘강남의 큰 손’들이라 불리는 투기세력들이 4개월 전에 신도시 후보지역의 소형 평형 주택을 ‘싹쓸이’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는 신도시 개발 계획이 국민들로부터 또 다시 비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도시 개발계획이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끌어올리는 유인책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후보지 6~7곳에서 수도권 남부 지역 1~2곳으로 압축
일부에선 특정지역 지목하기도
현재 분당급신도시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대략 6~7곳 정도.
그러나 정부가 분당급 신도시를 수도권 남부지역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신도시 대상지가 2~3곳으로 압축됐다.
심지어 특정지역 1곳을 지목, 조성될 것이란 설이 나돌면서 수도권 남부지역의 중개업소에는 매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 동탄면 반송리 A 중개사무소 L 사장은 “정부의 분당급 신도시 조성 예정 지역 발표를 앞두고 화성 동탄지역의 투자 문의가 부쩍 늘었다”면서 “동탄지역은 신도시 조성이 거의 확정된 분위기에 들떠 있다”고 말했다.
화성지역이 분당급 신도시가 들어설 것이란 중개업소의 고무적인 분위기는 이미 예고돼 있던 상태.
지난해 6월 경기도지사 김문수 당선자는 경인지역 모 방송사에 출연, 명품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출했고, 명품신도시 조성지역에 화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분당급신도시 조성예정 지역이 하루아침에 나온 얘기가 아니란 것이다. 이는 화성 동탄에 분당급 신도시가 들어설 것이란 설득력이 힘을 얻고 있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화성 동탄에 신도시가 조성될 것이란 입장은 경기도와 정부의 입장이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김 지사의 명품신도시 조성 발언이후, 정부는 지난해 말 신도시 예정지를 올 6월 초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건교부 관계자는 “정부가 6월 초 신도시 예정지역을 발표키로 한 것은 1년 가까이 신도시 예상지역에 대한 입지 등을 분석, 검토하는 등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더 이상 미룰 경우 부동산 투기를 막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도시 개발 추진 절차 등 예정 스케쥴대로 움직이는 계획이 구상돼 있고 구상이전에 대상지역은 사실상 확정돼 있는 상태”라면서 “6월 발표때까지 언론에서 기다려달라”고 덧붙였다.
신도시 조성지역은 수도권 남부 어디?
정부가 수도권 남부지역에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발표에 따라 부동산가의 ‘고수’로 불리는 사람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고수’들이 신도시가 들어서는 입지를 분석한 결과 예정지역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 부동산 정보제공업체들도 뒤질세라 해당지역 도시기본계획 등을 놓고 토지이용계획을 분석하는 등 신도시 조성 예정지역을 좁혀 나갔다.
지난해 분당급 신도시로 조성될 것이란 예정지로 거론됐던 지역들은 거의 수도권 전역이다. 우선 수도권 북부권역에서는 동두천과 포천이, 동남권역에서는 남양주, 광주, 이천, 화성, 오산, 용인 동부권역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이같은 방대한 지역은 한 권역으로 압축됐다. 수도권 남부지역에 분당급 신도시를 조성하겠다고 정부의 입장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신도시 조성 예정지역을 거의 정답에 가까울 정도의 정보를 이미 노출했단 점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신도시 조성으로 인한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입장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분당급 신도시를 왜 수도권 남부지역으로 하겠다고 밝혔을까. 대표적인 이유가 정부가 추진하는 신도시 가운데 동탄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해당지역 개발연구원들의 보고서 검토 결과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동탄이 신도시가 들어설 것이란 말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면서도 “만약 동탄에 신도시가 조성된다면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동탄지역의 개발 잠재력을 보고 검토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건교부 관계자는 수도권 남부지역에 신도시가 들어설 것이란 설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건교부는 다만 수도권 남부지역으로 국한한 배경에 대해 남부지역외 또 다른 지역이 신도시 조성 여파에 따른 부동산 투기를 방지키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교통부 주거복지본부의 관계자는 “지난해 검단신도시를 미리 발표하는 바람에 인천 송도, 영종, 청라지구와 인근들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곤혹스러웠다”면서 “수도권 남부지역에 신도시가 조성될 것이라는 발표는 신도시 예정지로 거론됐던 지역들의 가격폭등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건교부가 특정지역에 대한 부동산 투기 심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점에서 보면 수도권 남부지역에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부동산 고수들은 이미 움직였단 점이다. 신도시 예정지 후보지로 떠 올랐던 경기도 광주 오포의 경우 중개업소에 내놓은 매물을 ‘강남 큰 손’들이 싹쓸이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수들이 움직였던 지역들의 특징은 정부가 신도시를 올 6월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예상했던 지역들이 신도시 조성 예지역에서 크게 이탈치 않는 범위권에 있단 점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A 모 팀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신도시는 입지여건과 해당 지자체에서 수립해 놓은 도시기본 계획, 기본계획속에 포함된 교통계획, 서울과의 거리, 토지이용계획, 예상지의 형태 등을 감안하면 예정지를 점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실토했다.
실제로 A 모 팀장의 말은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A 모 팀장은 “지난해부터 신도시가 들어설 것으로 유력한 지역들을 대상으로 시세를 조사한 결과 특정기간내에 광주, 용인, 화성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겠느냐.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는 신도시 조성 예정지역이 사실상 정해졌단 것으로 해석돼 정부의 신도시 정책에 적잖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