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사상 유례없는 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이 폭염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에어컨 앞에 앉는 것도 호사였을까.
정부는 폭염이 절정을 달했던 지난달 419만 가구의 전기요금을 조사했지만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43%인 179만 가구는 요금이 감소했다.
국민들은 폭염에도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까 걱정이 앞서 에어컨도 마음껏 틀지 못하고 생활한 것이다.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면 더 큰 폭으로 요금이 올라가는 누진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진제 자체가 나쁜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누진제에 갇혀 전기조차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일각에서는 누진제를 완전 폐지하거나 계절적으로 폐지, 완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산업부는 누진제 폐지와 완화 등 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귀를 기울이지 않다 문 대통령의 누진제 완화 발언이 나오자 급히 7월과 8월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꺼내 든 것이다.
정책을 발표한 7일에도 무더위는 기승을 부렸지만 폭염의 절정에서 벗어나 그래도 견딜만한 날씨가 찾아온 것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만약 정부가 보다 빠르게 정책을 펼쳤다면 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랬다면 서민들이 조금은 더 무더위에 견딜 수 있는 버팀목은 마련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가구당 1~2만원의 전기요금 인하 정책은 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지 못했다. 서민들은 고작 1~2만원을 할인 받기 위해 무더운 여름을 선풍기 한 대로 보낸 것은 아니다.
국민의 기대만큼은 아니었어도 정부가 전기요금에 대한 갈증에 한 번쯤 심사숙고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정부는 이번 정책으로 1512만 가구에 2761억원 규모의 요금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이번 요금 할인은 곳간은 한국전력공사다. 일단 한전에서 비용을 충당하고 차후 정부에서 줄 수 있으면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 돈으로 국민에게 선심을 쓰고, 그 돈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전 역시 마찬가지다. 한전이 부실이 초래되면 전기요금 인상 등 대책마련에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전기요금을 감면 받는 셈인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란 속담이 있다. 정부는 분명 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타이밍이 있었지만 이를 놓친 것이다.
조금 더 생각하면 호미가 아닌 말로도 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