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 "단협 의한 것 아니라면 그 자체로 위법" 지적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대한항공이 공항 현장 근로자들에게 12시간 추가 근무를 해야 연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추진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로 결국 철회됐지만 이는 근로자의 휴식을 규정한 현행법 위반 사항인 만큼 추진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복수의 항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월 자사 소속 공항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연차 소진에 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대한항공 사측은 "연차 사용을 원하는 분들에 한해 'INVOL LONG' 1회 추가 조건 연휴 1일 사용 계획을 세웠다"며 "본인 선택에 반영할 예정이고,팀 여건상 연휴는 인당 1일만 부여할 수 있음을 양해 바란다"고 공지한 바 있다.
'INVOL LONG'은 12시간 근무에 투입될 경우 입력하는 대한항공 내부 근태 코드다.
공항 근로자 A씨는 "휴가 신청원을 제줄해도 연차 사용 희망일 하루 내지는 이틀 전에나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는 현실"이라며 "대부분 인력 부족을 이유로 연차 신청을 반려 당한다"고 토로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5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보장토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항공이 추진한 연차 사용 방식은 근로자의 휴가 권리를 규정한 실정법과 배치된다.
고윤기 로펌 고우 대표 변호사는 "단체 협약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사측의 행태는 이 자체로 위법하다고 볼 수 있고, 노조 역시 사측의 제안을 수용했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당시 대한항공노조는 이 같은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접수함과 동시에 인천여객지점장·지원팀장 등과 회동했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인력 확충을 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노조는 12시간을 추가로 근무해야 연차 사용이 가능토록 한다는 사측의 안에 강력 반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동 조건의 변동에 대해서는 근로자들로부터 동의를 구하는 것이 순리"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들은 "최대한 연차 소진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현장 근로자들의 의향을 파악하려던 취지였다"며 "결국 시행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